탈북민 출신 北인권운동가…뉴시스와 인터뷰 공개
"트럼프 진정성 있어…이만큼 北인권 관심 지도자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월30일(현지시간) 국정연설 도중 북한인권을 의제로 집중 조명받은 탈북자 지성호씨(36)가 최근 "앞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우리 대통령과도 북한인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함경북도 회령시 출신인 지성호씨는 10대 초반을 일명 '꽃제비' 소년으로 살다가, 달리는 기차에서 내다 팔 석탄을 훔치던 중 왼쪽 손과 다리를 잃는 비극을 경험한 바 있다. 마취 없는 수술과 생사를 넘나드는 수 개월간의 고통을 견뎠다. 아버지가 만들어 준 목발을 짚고 탈북, 1만km를 이동해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탈북민으로서 북한인권운동단체 나우(NAUH, Now Action Unity for Human rights)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지씨는 19일 공개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연설 이틀 뒤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자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탈북 동기와 과정을 물어보면서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면담은 예정시간을 훨씬 넘겼다. 이번에 백악관에 세 번 들어가고 트럼프 대통령을 세 번 만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씨는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민들을 북한 공격에 이용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뉴시스의 질문에는 "탈북민과 북한인권 문제에 이토록 관심을 보인 지도자가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에 임하는 태도를 두고 "진정성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그의 관심과 국정연설 등을 통해 북한인권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체제의 근본적 문제는 인권말살에 있고, 탈북민들은 인권말살의 살아있는 증인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것이 북한 정권에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씨는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이후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언론과 인권단체에서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며,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인권대책 강화는 물론 자신의 경험을 영화화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그는 "이것이 일시적 분위기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씨는 대한민국 입국 이후 2009년 28살 때 동국대 회계학과에 입학했다가, 북한인권운동을 하려면 법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법학과로 옮겨 현재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재미교포 선교사에게 북한 주민 생활의 참상을 소개했다가, 이듬해 그가 두만강을 넘어 입북했다가 당국에 억류된 뒤 풀려나고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북한 청년들과 NAUH 결성을 결심했다고 한다.
NAUH는 지난 7년간 북한인권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중국 내 탈북민 구출 운동(총 270명)을 벌이는 데 주력했다. 그는 활동 첫해 10명 구출에 그쳤지만 지난해 동안에는 72명으로 늘었다며 단체 활동이 탄력받기를 기대했다.
지씨는 최근 북한 내부사정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자가 모자라는데다가 중국에 내다팔던 물고기나 광물 등도 제값을 못 받으니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이 집권하고 5년이 지났는데도 형편이 더 어려워지니 주민들도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갈 이야기를 대놓고 해도 보위부원들이 잡아가지를 못한다. 잡아가면 주민 전체를 잡아가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당장 먹고 살기 힘든 마당에 핵과 미사일이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며 "특히 북한의 20~30세대인 이른바 '장마당 세대'들의 불만이 크다"고 했다. 지씨는 이어 "이들은 한국의 대중문화에도 익숙한, 더 이상 외부세계와 폐쇄된 세대가 아니다. 북한의 미래도 결국 이들의 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