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특목고 폐지를 골자로 하는 소위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도입 20년 넘은 외고・국제고・자사고 없애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외국어고와 자사고, 국제고 폐지를 확정"
이날 발표, 당초 지난달 30일 예정..."'역풍' 우려한 교육부가 '특목고는 나쁜 것' 프레임 씌우는 것 아니냐"
자사고 측도 "당사자들과 협의 없이 교육체제를 뒤흔드는 국가 교육정책" 반발...발표 1시간 뒤 규탄 기자회견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특목고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소위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유 장관은 7일 오후 1시2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특수목적 고등학교들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환 시점은 2025년이다. 외고는 1992년, 국제고는 1998년, 자사고는 2001년 도입됐다. 20년 이상 유지돼온 교육정책들이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다.

유 장관은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수시와 정시 간 불균형 해소’ 발언 이후 “자사고와 특목고는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 때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거론되던 자사고 폐지 안을 이날 공식화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고(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유 장관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외국어고와 자사고, 국제고 폐지를 확정한 것”이라며 “1970년대 고교평준화로 지역별 명문고가 사라진 뒤 엘리트 교육을 수행한 외국어고와 자사고 등이 일반고로 모두 전환되면 사실상의 ‘완전 고교 평준화’가 실현될 전망”이라 설명했다.

앞으로 일반고 전환이 예정된 자사고 등 학교들은 학생 선발 권한이 없어진다. 다른 일반 학교들처럼 학생 선택에 따라 지원해 배정해 방식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월 100만원가량의 학비도 사라지고 무상교육이 이뤄진다. ‘하향평준화 조장’ 논란에 교육부는 5년간 약 2조2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일반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앞서 유 장관이 거론해왔던 고교학점제 또한 2025년부터 운영한다고 했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2020년 부분 개정하는 데 이어 2022년 전면 개정한다는 것이다.

교육계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이날 유 장관의 특목고 폐지 발표가 역풍 우려에 미뤄졌다는 소문도 돈다. 교육부는 지난달 3일부터 조국 게이트로 불거진 입시・학사비리 문제를 조사하겠다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당정청은 이날 유 장관 발표 일주일가량 전인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교육협의회를 열고 대학 교직원들이 조국 씨 일가와 비슷한 학사・입시비리를 저질렀다는 내용을 논의했다. 지난달 30일은 이날 발표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 발표가 당초 예정됐던 날이었다. 최근에는 특목고 위주 학종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이에 조국 씨 자녀들(딸 조민・아들 조원)이 불씨를 당긴 특목고와 학종 등 수시 문제에 ‘특목고는 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등 자사고 측은 “당사자들과 협의 없이 교육체제를 뒤흔드는 국가 교육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이날 유 장관 브리핑 1시간여 뒤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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