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박정희는 매국 친일 분단세력,김구 김대중 노무현이 정통" 주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18일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18일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의 장(長)을 맡고 있는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이 대한민국 건국 및 산업화 세력을 싸잡아 실체도 불분명한 친일(親日)에, 분단지향에, 나라를 팔아먹는 세력으로 매도했다. 상대 정파를 단순히 비판하는 걸 넘어 '정치 금도'를 잊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5·9 대선을 사흘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후보 캠프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이 당시 부산·경남(PK)지역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여론을 "패륜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고 규정한 전례와 맞물려, 민주당 친문(親문재인)계 '패륜정치'가 상습적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민석 원장은 18일 오후 여의도 민주연구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한민당(한국민주당)-공화당-민정당(민주정의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반(反)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노선과 세력에게는 진정한 애국·자유·민주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김 원장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백범 김구의 정신이 애국·독립·민주·평화·통일의 가치를 추구했다"며 "3·1 운동이 임시정부와 임시정부 헌법을 세우고, 1987년 6월 항쟁이 직선제 헌법을 세웠으며, 2017년 촛불 혁명이 문재인 정부를 세웠다. 2018년은 국민주권헌법으로 이어져야 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노선의 뿌리로 백범 김구의 사상과 노선을 적극적으로 살려내고, 대한민국 정통세력의 노선과 역사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건국 정통성까지 뒤흔들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대한민국 침략 주체인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전혀 없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남북 간 대화와 평화적 협상이 요청되는 이때 평화통일을 위한 김구의 끈질긴 남북대화 노력은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김구의 민족주의를 현 정권의 무조건적인 남북대화 지향 명분으로 삼았다.

이런 발언은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업적인 1948년 자유민주주의 건국을 전면 부정하고, 헌정사의 주역인 후계·협력 정당들은 물론 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추구 세력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김 원장의 '막말'이 알려지자 우파 성향 유권자들은 "여운형이 조선인민공화국 주석으로 이승만을 세운 건 모르나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친일대첩'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노무현 때 청와대 기자실 폐쇄한 건 잊었나", "사실상 대한민국 그 자체를 부인한 것이고 제1공화국을 임시정부의 적통이 아니라고 선언한 격", "어렵다. 그냥 북한이 정통이라고 말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으로는 "우파한테 던진 선전포고가 아니라 좌파 내에서 (선명성 경쟁으로) 출사표 던지고 나왔다는 의미"라며 "좌파 내에서 권력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을 제기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친문계가 민주당이라는 공당(公黨)의 위치에서 정치적 반대자를 싸잡아 겨냥한 마타도어는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만 돌려봐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월6일 문재인 캠프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시각 PK의 바닥 민심이다. 패륜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라고 운을 뗀 뒤 "(PK는) 뜻밖에 온통 홍준표 판이다. 선거 초반에는 문재인 지지가 많았으나 지금은 여론이 뒤집어져 전반적으로 '홍가'(洪家, 홍 후보를 낮춰 부름)가 압도적이며 사전투표에서도 전부 2번 찍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한다"고 적었다.

이어 "내 주변에선 홍준표 옹호하는 사람을 접한 적이 없어 내심 놀라웠다. 부산이 이 정도니 TK는 오죽할까. 보수층의 막판 무서운 결집세"라며, 글의 맺음 부분에서는 "밑바닥에서는 패륜집단의 막판 뒤집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5·9 대선을 사흘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캠프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이 사실상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세력을 "패륜집단"으로 매도해 물의를 빚은 페이스북 글.
지난해 5·9 대선을 사흘 앞두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캠프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이 사실상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세력을 "패륜집단"으로 매도해 물의를 빚은 페이스북 글.

'결집'의 주체를 "보수층"과 "패륜집단"으로 거듭 적시하면서, 홍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싸잡아 패륜세력으로 규정한 막말이라는 해석이 자연히 나왔다. 문 단장은 논란이 된 글 게재 후 하루 동안 문구를 수정하면서, 글의 취지를 "한국당이 왜곡"했다고 강변하다가 7일 오후 사임했다.

8일 한국당 부산 선거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 "문 단장이 PK를 향해 패륜집단이라는 극단적인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며 "부산, 울산, 경남지역 시민 모두를 매도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규탄했다.

한편 최근 김 원장의 발언은 대한민국 헌정 정당 계보를 왜곡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즉각 제기되고 있다. 한민당을 현 우파정당의 뿌리로 규정하고 건국 정통성에서 배제한 것은, 추미애 현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6년 9월18일 김 원장이 이끌던 옛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61년 전(1955년) 신익희 선생이 창당한 (한국)민주당의 같은 후예"라고 언급한 것과도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월간조선은 19일 보도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한민당) 신파건 구파건 대한민국 건국에 적극 참여했고 '반공 자유민주주의'라는 점에서는 일치했다"며 "김민석씨의 말대로라면 그분들은 모두 반민주·'매국·친일·분단·냉전 노선'을 걸은 분들이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분들은 김구 선생의 노선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분들"이라며 "한민당과 김구 선생이 해방 공간에서 격렬하게 대립했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정권 뿌리를 김구 선생에게서 찾고 싶다면 더불어민주당은 그 뿌리를 1955년 민주당이나 해공 선생에게서 찾으려는 노력을 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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