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합참과 홀로 엇갈린 "北 ICBM TEL 발사 어렵다" 정의용 靑안보실장 위협축소발언 파문에 노골적 반감
2017년 TEL 발사 성공한 ICBM급만 3발인데..."서훈 국정원장은 TEL서 IRBM발사됐다 해" 물타기
국감장에서 이뤄진 靑 답변만 '팩트'고 "TEL서 발사 가능" 합참 쪽은 '평가'에 불과하다는 태도
"ICBM 운반해서 세우고 발사까지 해야 TEL발사"...'北 미사일능력 완성'이라도 기다리나?
조선일보 "2017년 9월 화성-12형 발사 때 TEL서 발사" 지적...전문가 "미사일 세우면 TEL 역할 끝나"
靑, 北동창리 발사장에까지 "정상적 기능발휘 제한돼있다" 낙관론...'항상 최악에 대비' 안보 상식 찾기 어려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연합뉴스)

북한군의 이동식발사대(TEL)를 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여부를 놓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군 합동참모본부간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는 비판 보도가 잇따르자, 5일 청와대가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억지 주장"이라며 반발하며 대(對)언론 비난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청와대와 국방부, 국정원은 북한 TEL의 ICBM 발사 여부와 관련해 같은 분석을 하고 있고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 ICBM을 TEL에서 직접 발사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북한발(發) 안보위협을 축소해서 인식하라는 취지의 브리핑 자료를 낸 격으로, 북한군의 핵 탑재 ICBM 대응책은 역시 일언반구도 없었다.

청와대는 이날 "해석상 차이를 이용해 국가 안보에 큰 차질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언론을 탓했다. 앞서 김영환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은 지난 10월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동창리 발사장의 ICBM 발사 가능성을 묻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북의) ICBM은 현재 TEL에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1년간 전쟁 위험이 현저히 감소한 게 틀림없다'는 등 북한발 안보 위협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던 중 "ICBM은 TEL로 발사는 어렵다"고 말해 안보불감증을 호도한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쇄도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 국감이 이뤄진 지난 4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서훈 국정원장이) '북한이 이동식 ICBM을 싣고 일정한 지점에 발사대 거치를 한 후 ICBM을 발사하는데, 이것도 결국 이동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서훈 국정원장은 '북한이 TEL로 'ICBM을 발사했다'고 발언하지 않았다"며 "서 원장은 국감에서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이 아닌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례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측에서 발사해 온 IRBM 자체도 사거리가 짧게는 3000㎞, 길게는 7000㎞(화성 12호)를 넘는다. 특히 이미 2017년 TEL을 활용해 발사한 화성-14형(사거리 1만㎞)과 화성-15형(1만3000㎞) 등은 ICBM급으로 분류되는데도 청와대는 'TEL로 ICBM을 발사했다고 말한 적 없다'는 식으로 강변한 격이다.

청와대는 또 "서 원장은 'TEL로 이동시켜 발사 장소에서 받침대에 세워놓고 TEL은 빠지고 발사했으며, 합참 정보본부장이 얘기한 것은 고정 거치대에서 발사했더라도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한 것이지 서로 배치되는 얘기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했다. 국감장에서 이뤄진 청와대 답변은 '팩트'고 합참 쪽은 '평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TEL은 Transporter(운반), Erector(직립), Launcher(발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운용하는 체계"라고 전제하며,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한 방식은 TEL로 운반 후 미사일을 차량에서 분리하여 별도 받침대 위에서 발사하는 형태"라면서 "지난 북한의 3회(화성 14형 2회, 화성 15형 1회)에 걸친 ICBM 발사는 운반, 직립까지만 TEL을 사용했고 발사는 분리해 이루어지는 등 TEL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운반만 하거나 또는 세운 것만으로 'TEL 발사'를 규정하지 않는다"며 "운반해서 세우고 발사까지 해야 TEL 발사"라고 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29일자 조선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29일자 조선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29일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장면에서 엔진 점화 순간 TEL 차량이 보이지 않은 점을 들어 'TEL 기술이 불완전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군사 전문가들도 ICBM을 TEL에서 내려 지지대를 받쳐 발사하는 것은 이동식 미사일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과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같은 방식은 미사일을 지지대에 받칠동안 이동식 차량이 다른 장소에 가서 또 다른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이 신문에 "TEL은 미사일을 이동시켜서 세워놓으면 역할이 끝나는 것"이라면서 "지난 2017년 7월과 9월 북한이 화성-12형을 쐈는데, 7월에는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했고 9월에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지대를 받쳐 발사하는 것과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하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동식 발사 개념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마치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축소 해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는 북한 동창리 시설에 관해서도 "정상적인 기능 발휘는 제한돼 있다"는 취지로 경각심 축소를 야기하는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는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위성을 발사하는 곳이나, 위성 발사대 외에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 시설이 설치돼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북한은 2018년 4월 핵・미사일 모라토리움 선언 후 동창리 발사장내 엔진 시험 시설을 포함한 일부 시설물을 철거하였다가 올해 2월 부분적인 복구는 했으나 정상적인 기능 발휘는 제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국감장에서 안보실장이 '동창리 기지가 완전히 폐기가 되면 ICBM은 발사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은, 미사일 엔진 시험은 ICBM 개발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므로 동창리 엔진 시험 시설이 폐기될 경우 ICBM 추가 개발 및 발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북한이 ICBM 엔진 개발에 이미 성공했다면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는 것이 군사안보 관련 상식으로 거론돼왔지만, 청와대발 북한군 동향 전언은 낙관론 일색이란 점에서 논란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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