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정의용 “北미사일,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 아냐...北 ICBM, 기술적으로 TEL에서 발사 어렵다”
그러나 정경두·서훈, 정의용 발언 잇따라 뒤집어
정경두 “北, TEL로 미사일 옮긴 후 지지대 받쳐서 발사...GSOMIA 계속 유지돼야”
국정원 “北 ICBM은 이동식으로 보는 것이 맞다”

 

청와대의 ‘북한 바라기’가 도를 넘어 엄연한 안보위기를 부정하는 형국까지 치닫고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청와대에 코드를 맞추다 보니 청와대와 군, 국정원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각자 다른 평가를 내놓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북한은 올해에만 12번의 발사체를 시험발사하며 우리의 미사일 방어망을 꿰뚫는 ‘괴물같은 미사일’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엄중한 안보현실을 책임질 안보사령탑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정의용 “北미사일,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 되지 않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유근 안보실 1차장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정 실장은 북한의 미사일은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되지 않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하기 어렵다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 실장은 “북한이 개발하는 미사일 능력을 우리 안보에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양적으로 질적으로 우리 미사일 능력이 북한보다 훨씬 우세하다. (우리도) 북한보다 적지 않게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상중에 도발이 결례 아니냐’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는 “장례 절차를 마치고 청와대로 사실상 복귀하시고 난 다음에 발사됐다”며 북한을 거듭 두둔했다. 군 출신인 청와대 김유근 안보실 제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을 봐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우리 무력이 우월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방사포를 100% 요격할 수는 없지 않나’라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충분한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 군에서는 확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 의원이 ‘우리가 북한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지만,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위협이 안 된다고 하니 욕을 먹는 것’이라고 질타하자 “상황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보지만 우리 안보에 아주 엄중한 위협이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의용 “北 ICBM, 기술적으로 TEL에서 발사 어렵다”

정 실장의 이날 발언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발사하기 어렵다”고 한 것이다. TEL은 이동식 기립 발사대(Transporter erector launcher)의 줄임말로 미사일 한 기 또는 여러 기를 동시에 운반하고 발사 위치로 기립시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 운반 수단이다. 초창기에 미사일들은 트럭 등에 실려 이동된 뒤 고정된 발사대에서 발사됐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식 발사대는 적에 의해 쉽게 공격당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반면 TEL은 이동식이라 어디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기 때문에 적의 공격을 피하기에 용의하다. 북한의 ICBM을 TEL에서 쏠 수 있는지 여부는 북한의 전략 자산을 평가하는 핵심 질문이다. 북한이 동창리의 고정형 ICBM 발사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전략무기인 ICBM을 이동형 발사대에서 쏠 수 있다면 그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하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는 TEL로 얼마든 발사할 수 있다던데, 군이 답변을 잘못한 것인가’라고 추궁하자, 정 실장은 “군에서 누가 그렇게 답변했나. 합참 답변을 파악해보겠으나 ICBM은 TEL로 발사하기 어렵고, 동창리 시험장이 완전 폐기되면 ICBM은 발사하지 못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정의용 발언 뒤엎은 정경두 “北, TEL로 미사일 옮긴 후 지지대 받쳐서 발사”

정경두 국방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실장의 이러한 답변에 군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정 실장을 옹호하려가 말이 꼬이는 등 진땀을 흘렸다. 대한민국 국군의 수장이 북한을 대변하는 청와대를 옹호하기 위해 엄중한 국가안보 현실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 실장의 ‘북한의 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하기 어렵다’는 발언에 대해 “약간 해석 차이가 있지만 (정 실장의 답변이) 저희 생각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은 정 실장의 관련 발언을 두둔한 것이다.

‘북한이 TEL에서 ICBM을 발사할 수 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정 장관은 대답을 못 했다. 대신 “군에서는 ‘이동식 발사대냐, 고정식 발사대냐’ 하는 부분을 떠나서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정말 하나하나 빠트리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딴소리를 했다.

이어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북한이 2017년 발사한 ICBM은 무엇으로 발사했나. TEL로 발사했고, 국방부도 당시 TEL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고 추궁하자, 정 장관도 결국 실토를 하고 말았다.

그는 “TEL로 미사일을 옮기고 나서 고정식 발사대로 발사한 것도 있고, 지지대를 받쳐서 발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거치대를 설치하지 않고 이동식 트럭 위에서 미사일을 바로 쏘는 것이 TEL’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의식해 고정식 발사대나 지지대 등을 언급했지만 결국 북한이 2017년 ICBM 발사 때 TEL을 활용했다는 의미였지만, 결국 정 실장의 관련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정경두 “한일 GSOMIA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정의용 발언 또 뒤짚어

또한 정 장관은 이날 오는 22일 만료 예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GSOMIA)와 관련해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것들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일본이 우리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유지하면 지소미아 연장은 절대 불가”라고 했던 발언과 차이가 난다.

●서훈 국정원장도 정의용 발언에 반대 의견 밝혀...“北 ICBM은 이동식으로 보는 것이 맞다”

4일 오전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4일 오전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국가정보원도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 국가정보원 국감에서 북한의 ICBM 발사가 TEL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국정원은 이날 국감에서 청와대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했다. 그러나 서훈 국정원장은 직접 “북한의 ICBM은 이동식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동식 발사대에 ICBM을 싣고 발사대를 거치하고 발사하는 게 이동식인지 여부인지를 묻는 질문에 (국정원으로부터) 이동식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과거에 북한이 TEL에서 ICBM을 발사한 적인 있는데, 최근에는 TEL을 미사일을 옮기는 데만 쓰고 TEL이 아닌 (지상에) 고정된 시설물에 올려서 쏜 것이라고 국정원이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외교·안보 사령탑인 청와대가 이처럼 북한을 두둔하느라 안보 위기를 감추고, 이로 인해 청와대와 군, 국정원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북한의 미사일로 인한 안보위협은 점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점증되는 북한의 對南 무력 도발...올해만 12번 발사체 시험

북한은 올해에만 총 12번의 발사체 시험발사를 강행했다. 남한 전역과 주일미군기지 등을 사정권으로 우리의 방어망을 교묘하게 꿰뚫는 신형 무기체계를 착착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정 실장의 앞선 발언처럼 현실과 괴리가 있는 안보인식을 주장하고 있어 국민을 절망케 하고 있다.

●전문가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탐지·요격 쉽지 않은 ‘괴물같은 미사일’”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올해 새롭게 대남, 대미 압박 카드로 내놓은 신형 전술유도 무기와 방사포 등을 현재 보유한 미사일 방어와 요격체계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한국으로서는 탐지하고 요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른바 ‘괴물같은 미사일’이라고 지적한다.

김정봉 전 국정원 대북실장은 지난 8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요격이 되냐 안 되냐가 아니라 확률이 문제”라며 “만약 10~20% 확률이라면 못 맞춘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고 했다.

또한 김 전 실장은 “북한이 37km 저고도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요격 범위가 40~150km인 사드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결국 북한은 ‘너희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들은 이미 최종 전략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전 실장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정밀성은 최종 전략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지난 8월 북한이 발사체 가운데 한 발을 일부러 수도인 평양 인근 상공을 통과시킨 것은 안정성을 담보한 실전배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도 VOA에 “저고도 수평기동 성능과 궤도 변칙 능력, 목표 명중성을 보여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은 상당히 위협적”이라며 “한국 군 당국의 방어체계 점검과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美헤리티지 재단 “北, WMD 생산과 운반체계 포기할 생각 없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생산과 운반체계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지난달 31일 북한의 방사포 도발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이웃 나라들도 명백히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며 “동맹인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나머지 태평양 지역에도 위협”이라고 말했다.

●야당, 일제히 정의용 비판 나서...‘그러나 국가안보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안보사령탑은 부재’

자유한국당 원유철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부 안보실정과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효상, 김영우, 원유철, 백승주 의원.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원유철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부 안보실정과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효상, 김영우, 원유철, 백승주 의원. (연합뉴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정 실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정 실장은 제정신인가”라며 “군이라도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백승주 의원은 “정 실장의 운영위 발언은 위증에 가깝다”며 “이렇게 기본적인 팩트를 틀릴 수 있는가”라고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장관이 한심한 청와대 참모들을 상대하느라 마음고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감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도대체 대한민국 안보실장인지 북한 안보실장인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어제 국가정보원 국감과 국방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정 실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낱낱이 알 수 있었다”며 “정 실장은 우리 대응 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걱정으로 몰아넣었다. 정 실장은 더 이상 안보실장 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 실장의 경우 국감에서 위증 여부를 검토해야 할 단계가 됐다”며 “이동식 발사대 문제는 위증에 해당하는 문제가 있어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의 향한 야당의 날카로운 비판은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백척간두에 선 국가안보를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진정한 외교안보 사령탑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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