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3 정상회의 앞서 13개월여만의 정상대화 성사..."韓日현안은 대화로 해결 원칙" 재확인
文 "필요하다면 고위급 협의도 검토하자" 아베 "모든 가능한 방법 통해 해결방안 모색 노력"
日측 언론은 "아베 총리, 양국간 문제에 '원칙적 입장' 전했다" 실질적 대화는 없었던 듯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오른쪽에서 세번째)이 11월4일 오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 차 태국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예정에 없던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과의 단독 대화를 11분간 가졌다. 당초 이번 태국행(行)에서 타 국가와의 양자회담은 계획하고 있지 않았으나, 한일 정상간 독대는 이뤄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 노보텔 방콕 임팩트의 정상 대기장에서 아베 총리와 단독 '환담'을 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도 한일 정상간 대화를 '환담'으로 보도하고 있다.

환담은 오전 8시35분부터 8시46분까지 11분간 이뤄졌다. 고민정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또 최근 양국 외교부의 공식 채널로 진행되고 있는 협의를 통해 '실질적인 관계 진전 방안'이 도출되기를 희망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는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양자는 '우호적인데다 진지한 분위기'로 대화한 것 같다. 양국간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 일치했다고 하고 있다"며 같은 대화내용을 보도했다.

비록 약식이긴 하지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별도 만남을 가진 것은 작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의 정상회담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앞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날(3일) 갈라 만찬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지만 대화를 하지는 않았다. 지난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역시 두 정상은 악수를 하는 데 그쳤다.

한일 정상 간 대화는 지난달 2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 새 일본 천황(일왕) 즉위선언식 계기로 방일(訪日) 했을 때 아베 총리와 21분간 회담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지 11일 만에 이뤄졌다. 오는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19일 앞두고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고 대변인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정상들과 환담을 했고, 이후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를 옆자리로 인도해 환담이 성사됐다"면서 "아베 일본 총리는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자국 외무성을 인용해 "수상(아베 총리)은 양국간 문제에 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고 전하며, "징용공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측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해 실질적으로 한일 정상간 입장차를 좁히는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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