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전 사령관 “美, 북한의 美본토 공격 시 한국이 지원하지 않으면 동맹 재고할 것”
마이클 오핸론 “韓美, 서로 완전히 지지 않으면 상대방 반응에 더 이상 매이지 않게 될 것”
브루스 베넷 “美, 韓의 공동대응 거부를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으로 간주...조약 무효화할 것”

북한의 탄도미사일(연합뉴스)

미국의 군사 작전에서 동맹인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워싱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최근 미국 측이 한국 군 당국과의 논의에서 동맹의 대응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하자는 주장을 했다는 보도의 진위 여부에 대해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VOA에 미국이 한국에 군사 작전 동참을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핸론 연구원은 “연합위기관리의 범위를 넓히는 문제는 사전에 ‘모든 상황에 구속력을 갖는 해답’을 정해놓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ICBM의 공격 조짐을 포착한 미국이 B-2 전략폭격기로 북한을 타격하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면서 “만약 미국이 본토 안전을 앞세워 한국과 상의없이, 혹은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전을 강행해 북한이 괌에 보복 공격을 가한다면 동맹으로서 한국의 참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역할을 배제하고 북한 ICBM 발사대를 파괴하는 것이 주권적 결정이듯 한국이 한미 연합 대응에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주권의 영역”이라며 “한미동맹이 워낙 굳건하고 양국 군이 매우 긴밀히 연결돼 있어 어떤 군사적 사태에서도 서로 협력할 것이지만 위기 상황의 세부적 측면을 알기 전에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미리 주장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북한과 제한적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핸론 연구원은 “북한의 한국 공격으로 인한 전면적은 결국 많은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미국과 한국의 분리된 대응을 상상하긴 어렵지만 실제 상황에서 무수한 변수를 알기 전에는 이를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백악관과 청와대가 엇갈린 결정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일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결정을 완전히 지지하지 않으면 두 동맹국은 상대방의 반응에 더 이상 매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VOA에 “한미 연합 대응의 범위 확대 여부는 실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린 문제로 이분법적인 규칙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충돌도 세계 질서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를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보다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VOA에 따르면 워싱턴의 군사 전문가들은 동맹으로서 한국군의 역할 범위가 넓어져야 할 때가 됐다는 데 무게를 뒀다. 특히 70년 가까이 지속돼온 동맹이 한국의 달라진 국력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진화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를 “동맹의 자연스러운 성숙”이라고 표현하면서 동맹은 북한의 위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의미와 역내와 전 세계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동맹의 진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방향이 한국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두 나라의 전략적 이해에 비추어 한미동맹을 냉정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등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에서 미국을 지원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를 지지는 않지만 그동안 한국인과 한국군은 역내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 활동을 지원해왔으며 베트남전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벨 전 사령관은 “현재 두 나라의 군사 지원 의무는 상호방위조약의 틀 안에 매여 있지만 앞서 역외에서 이뤄진 협력이야말로 동맹을 각인하는 특징이 되기 바란다”며 “어느 한 쪽 동맹의 핵심적 국가 이익에 위협을 가하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동맹의 다른 일원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을 계속 보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가정임을 전제로 “북한이 괌이나 하와이, 또는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지원에 나서지 않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이는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 지속 여부를 재고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VOA에 “북한이 미국을 어디서 어떤 형태로 공격하든 한국전이 아니라고 할 시나리오는 없다”고 단언했다. 만일 북한이 화성 14호나 15호 미사일로 알래스카를 공격해 수많은 미국인이 사망할 경우 이는 곧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의 전면전이기도 하다는 설명이었다.

벡톨 교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마찬가지로 동맹의 한 축에 대한 공격은 다른 한 축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 경우 한미연합사령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수전 손튼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VOA에 “북한이 미국 영토를 먼저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앞서 중동 지역에서 그렇게 했듯이 미국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것이 동맹으로서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과의 공동 대응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이를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조약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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