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결국 美에 '韓日갈등 중재' 공식요청...김현종 "美에 중재요청하면 국제 호구된다"더니
文정부, 결국 美에 '韓日갈등 중재' 공식요청...김현종 "美에 중재요청하면 국제 호구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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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내퍼 美부차관보 "TISA는 지소미아 대안 아냐 韓日 대립에 중·러·북한 기뻐해"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오른쪽)와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왼쪽)가 지난 7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이달 23일부터 종료되기에 20여일 앞서 문재인 정권이 결국 미국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공식요청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윤순구 차관보는 2일 태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를 계기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한미동맹 현안과 한일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는 윤순구 차관보가 이 자리에서 한일 간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과정에서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양측은 이러한 방향으로 노력을 경주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일측 기업이 일제 징용공에 직접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에 연루된 국내 일본기업 재산 몰수 조치 등이 1965년 한·일 양국간 청구권협정을 어겼다는 논란과 집권세력의 반일(反日)감정 조장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이래, 미국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요청했다고 인정한 첫 사례다.

이는 지난 8월12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며 요청 가능성을 일축한 지 3개월 만에 입장이 뒤집힌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측의 지소미아 복원 압박도 심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소미아를 지렛대로 미국을 대일(對日) 압박 축으로 끌어들이려던 청와대의 전략이 '자충수'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현종 차장 스스로 내다봤던 미측의 "중재 요청 청구서" "반대급부"에 대한 책임도 정부의 몫이 됐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이 지난 `10월14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7월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중 한국을 배제하자 8월 대북(對北) 안보공조의 핵심 중 하나인 지소미아 '종료 예고'로 갈등상을 키운 바 있다. 당시 김현종 차장·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이른바 대미 '자주파'가 종료 결정을 밀어붙였다는 게 외교가 후문이다.

앞서 노영민 비서실장도 이달 "미국에 앞으로도 중재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불과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 지소미아 관련 역할을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역할 요청이라기보다는 한일 간 현황에 대해 수시로 미국 측과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중재'라고 붙일 역할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었다.

외교부의 대미 중재요청이 있기 불과 하루 전인 1일에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소미아는 우리가 주권을 가지고 결정할 문제로 일본이 취한 조치를 보면 절대 연장할 수 없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다만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일본 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일본이 우리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하면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정부가 이같은 강경기조에서 윤 차관보의 이번 요청으로 표변한 것은 지난달 '한일간 불행의 역사는 50년도 안 되고 우호·교류 역사는 1500년'이라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訪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의원외교에서도 일측의 한국 홀대가 뚜렷하며, 일본 국내에선 "아베 신조 총리가 11월 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지소미아 종료가 다가옴에도 '국제법 위반을 먼저 시정하라'는 일측의 입장이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일 양국의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 그동안 지소미아 복원을 촉구해온 미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지 주목된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달 5일 한국을 2박3일간 방문해, 북한 비핵화 문제와 한·미동맹, 한·일갈등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앞서 방일 중인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는 미국에도 일본에도,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면서 방한 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再考)를 요청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대사 대리를 지낸 마크 내퍼 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 2017년 1월~2018년 7월 주한미국대사관 대사 대리를 지낸 마크 내퍼 동아태 부차관보는 이달 2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대립이 한·미·일 연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베이징(중국), 모스크바(러시아), 평양(북한)이 기뻐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지소미아는 (한미일 3개국 안보가 위협받을 때) 세 나라의 중요한 조정 도구"라며 "미국이 중개하는 정보 공유 약정(TISA)도 있지만 지소미아의 좋은 대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소미아뿐 아니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길을 찾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기존 입장도 강조했다.

조지프 영 주일 미국 임시 대리대사도 같은날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가 미국의 국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명확히 전했다. 지소미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중재와 심판 역할을 하고 싶진 않다. 대화를 촉구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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