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사전 미북대화 원하는 文정부 외면하는 격
美, 연일 대북 최대압력 공언…"대화=협상 아니다" 선긋기도

(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왼쪽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방북(訪北) 제안을 받았지만, 열흘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미 정상 간 통화로 논의조차 하지 못 하고 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선 미국과 협의를 통해 미북 대화를 먼저 성사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측의 제안 직후 "(남북 정상회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한 바 있는데, 미국 측이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것은 지난 2일이 마지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지난 14일 1시간 넘게 대북 공조를 의제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탄탄해진 미일 공조가 소통 여부도 불분명한 한미 관계와 더욱 대조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최근 미국이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를 통해 대북 '최대 압력'과 함께 비핵화를 전제한 '조건부 대화' 입장을 분명히 하는데도, 국내에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다"거나 "미국과 북한 간 대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단편적인 해석을 공언해왔다.

또 북한에는 직접 비핵화 전제 대화를 타진하고 있지도 않는 만큼, 한미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정상간 직접 대화도 함께 늦어진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평창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남북정상회담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고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며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앞서 올림픽 계기 남북 대화·접촉을 혈맹인 미국에 대해 '발표 수 시간 전 일방통보' 식으로 성사시켜 외교 관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최근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남북 정상회담을 올해 안에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온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다소 유보된 입장을 낸 셈이다. 남북 정상 접촉까지 미국을 배제하고 강행한다면 양국 정부간 균열상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18일) "(한·미 간) 실시간으로 실무 라인을 통해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며 "정상 간 통화는 추후 일정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같은날 연합뉴스는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서둘지 않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통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미북대화를 "적어도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미 '핫라인'의 실제 가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영역이다. 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전날 "북핵 포기 전에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며 대북 최대압박을 재차 공언하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창구는 열려 있다면서도 "대화는 협상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이라고 단단히 선을 그어뒀다. 미국은 여전히 대화보다는 압박에 무게를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밤 아베 총리와 1시간16분에 걸친 통화에서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전화 통화 뒤 기자들에게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를 할 때까지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기로 했다"고 못박았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