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로 국내 ICT 기업들 투자가 불가능한 상황만 지속
네이버 라인은 이미 대만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허가 받아
한국에선 단순 금융상품 판매 방식에 그쳐
전문가들 "신사업하는 기업들, 해외로 더 눈 돌리게 될 것"

사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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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터넷은행 사업이 정부의 각종 규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금융사업에 한국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이에 은산분리, 대주주 적격 심사 등의 규제로 인해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인터넷은행 사업이 한국이 아닌, 기업 자유도가 높은 해외에서 갈길을 모색 중이란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 라인이 일찍이 대만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허가 받았지만, 한국에선 단순 금융상품 판매에 그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1호 인터넷은행으로 알려진 케이뱅크는 재작년부터 증자 작업에 차질이 생기며 반 년 정도 신용대출 등을 중단한 상태다. 주력 대출상품인 '직장인K마이너스통장'은 지난 4월 서비스 시작 2년여 만에 판매를 중단하는 등 은행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대출 업무가 막히면서, 은행권에선 "국내 인터넷은행 사업은 정치권에서 풀려야 가능한 일"이라는 말까지 돌기도 했다.

원활한 인터넷은행 사업 확장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자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지도 벌써 2년 이상 지났지만, 관련법 개정은 여전히 제자리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본금 확충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대출을 포함한 위험자산이 자기자본의 8%를 넘어가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 데, 올 6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이 비율은 10.62%로 은행권 최저다. 이처럼 자본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사업을 지속·확장하기 위해선 국내 최대 ICT기업인 KT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이를 완화하자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곤 있지만 범여권이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경실련, 전국금융노조,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 친여권 성향의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케이뱅크에 뒤이어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든 카카오뱅크 역시 최근 BIS비율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자본금 확충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본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이번달 50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등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지분을 사들이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금융지주회사법, 인터넷은행 특별법 등에 따른 복잡한 규제의 그물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지분율은 카카오 18%,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가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양사의 지분 조정이 필요하다. 지분 매매 약정에 따르면 카카오가 지분 34%로 최대주주가 되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9%로 2대 주주,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5%-1주를 보유하게 된다.

문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라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당초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지분을 넘기려 했지만,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대주주 적격 심사 통과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처럼 촘촘한 규제 등으로 국내에선 인터넷은행 사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네이버 라인은 일찍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 라인은 올해 7월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허가받았다. 나아가 태국에서는 카시콘은행과 '카시콘 라인'을 합작 설립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와 함께 디지털 뱅크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라인증권, 라인보험 등을 출시한 이후 올해 5월엔 '스마트폰 은행'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라인뱅크 설립준비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등 그동안 해외에서 갈길을 모색해왔다.

국내에선 올해 11월에 들어서야 금융사업에 발을 내딛는 모습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이 아닌 금융상품 판매 정도에 그치는 방식에 불과,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 등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은행업과 관련된 규제로 네이버가 직접 금융업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방식이 아닌, 실질적으론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금융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 사업과 관련한 진척 속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높은 규제의 벽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먼저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은행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ICT 산업자본의 투입이 각종 규제에 막혀 있다는 점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며 한국이 금융후진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업과 ICT 기술의 융합이 필요한 산업"이라며 "정부의 규제로 인해 ICT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막혀있는 것을 과감하게 푸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는 가능하고 국내에선 사업이 막혀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기업들은 더욱 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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