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첫 특파원 간담회서 "'아메리카 퍼스트'에 도움될 논리 개발해야한다"며 文정권에 쓴소리
"美는 '한반도와 세계 위해…'같은 내용에 무관심" "北금강산-개성공단, 제재시행 중 재개는 부적절"

지난 10월25일 취임한 이수혁 신임 주미한국대사.(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이수혁 신임 주미한국대사가 지난달 30일(미 현지시간) 취임 후 첫 특파원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권 대북정책에 관해 "너무 우리 중심으로 (외교를) 하니까 '친북 정책'이니 뭐니 하는 말이 미국에서 나온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1일(한국시간) 전해졌다.

이날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수혁 주미대사는 간담회 당시 "우리 정책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어떻게 연계되고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논리를 개발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한반도를 위하고 인류와 세계를 위해서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에 미국은 별로 관심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문제와 관련해 "미국도 남북경협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건 없다"면서도 "다만 현재 시행 중인 제재하에서 두 사업을 진행하는 건 아직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본다"고 한계를 거론했다.

'우리 중심 외교' '친북' 등은 지난해 문재인 정권의 북한 비핵화 원칙 이탈, 대북제재 해제 시도, 대북 경제지원 집착으로 한미 불협화음이 불거진 데 따라 미국 외교가에서 확산된 우려를 대신 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대사는 지난해 6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두고 "비즈니스를 했기 때문에 표리부동하고 마음에 없는 말도 한다"며 "솔직히 정말 마음에 안 든다"고 날선 발언을 했던 인사로 아그레망을 받기 까지 63일이 걸렸다. 이번엔 자국 정권에 사실상 쓴소리를 한 것이다.

한미관계는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기존의 5배에 이르는 증액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표면적으로 경색 국면이기도 하다. 이 대사가 대미 외교의 방향 전환을 시사한 것은 현재의 한미관계에 대한 문제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사는 30일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공화·콜로라도)과 면담한 데 이어 미 고위 인사와의 접촉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대사는 미북간 북한 비핵화 실무 협상에 대해 "12월말 이전에 한 번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3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부장관에 임명되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 대해선 임명 이후에도 북핵 협상 대표 업무를 계속할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그는 전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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