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구속된 후에도 증거인멸 비롯한 모든 혐의 부인...관련자들에게 책임 떠넘겨
증거인멸 도운 김경록 “대질심문이라도 시켜달라” 요청

동양대서 PC 옮기는 정경심(오른쪽 검은티)과 김경록./사진 출처=조선일보
동양대서 PC 옮기는 정경심(오른쪽 검은티)과 김경록./출처=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57·구속 기소)가 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증권사 직원 김경록(37)씨를 시켜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당시 “검찰수사 대비차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정씨는 구속된 후에도 증거인멸 혐의를 비롯한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데, 김씨는 정씨와의 엇갈린 진술에 분개하며 검찰에 대질심문까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티비조선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는 전날 정씨를 구속 후 세 번째로 소환해 증거인멸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한 이와 별개로 김씨도 불러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 김씨는 “(정씨가 자택 하드디스크 교체를 지시하며) 검찰 수사 대비 차원이라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정씨의 자산을 관리해온 김씨는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방배동 조 전 장관 자택에 들러 PC 하드디스크 2개를 교체해줬다. 당시 조 전 장관도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으며 두 사람이 수십 분가량 조우한 모습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김씨 진술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고생이 많다. 부인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 뒤에는 정씨와 함께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학교 연구실에 들러 정씨의 PC와 서류 자료 등을 반출했다. 해당 PC에는 정씨가 받은 사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된 동양대 총장상 이미지 파일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C 반출 모습도 교내 CCTV에 포착돼 두 사람의 증거인멸 공모가 사실상 밝혀진 바 있다.

김씨는 조 전 장관 일가 범죄 공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검찰에 해당 물증들을 임의제출했다. 자택에서 빼낸 하드디스크는 그가 다니던 스포츠센터 사물함에 있었고, 동양대 연구실 PC는 자가 차량 트렁크에 있었다.

한편 김씨는 지난 9월 6일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던 오전에 정씨의 전화를 받고 정씨가 잠적 중이던 국회 인근 켄싱턴 호텔로 이동해 정씨의 개인 노트북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트북은 정씨의 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나 물증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돼 검찰은 현재 노트북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그러나 정씨는 구속 후 세 차례 검찰의 소환 조사에서 증거인멸 관련 김씨의 진술을 부인하며 “김씨가 자진해서 벌인 일”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특히 노트북에 대해선 “(호텔에서) 가방은 받았지만 안에 노트북은 없었다”고도 진술했다.

이에 김씨는 크게 분개하며 “(정씨와) 대질심문을 하게 해 달라”며 검찰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최근 유시민씨와의 인터뷰에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하는 게 맞는다. 정씨도 이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두 사람을 대질심문하지 않았다. 둘 중 한 사람이 위증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씨 측이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대질심문에 아무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정씨가 대질심문을 거부했을 공산이 큰 상황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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