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31일 1차 인재영입 발표...당초 '박찬주' 거론됐지만 당 내 반대로 무산
지식의칼 이재홍 "이러려면 인재영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인재영입 자체가 목적 되면서 전도 일어나"
"이번 인재영입도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의 모임'...공짜로 일할 사람 데려오지 말고 돈 주고 사다 쓰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월2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외교안보통일 정책 대안인 '민평론'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br>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월24일 국회 본관 앞에서 외교안보통일 정책 대안인 '민평론'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인재영입에 대해 우파진영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올린 인사들 중 당 정체성에 맞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가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재홍 지식의칼 대표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려면 인재영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인재영입은 일 할 사람이 없어서 실무진을 채용하는 행사가 아니라 당의 방향성을 홍보하는 이벤트”라며 “그런데 그 (인재영입) 과정에서 목적과 수단의 전도가 일어난 것 같다.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데 인재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결국 비전은 간 곳 없고 괜히 사서 욕만 먹는 모양새”라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한국당을 비롯한 우파 진영에 고언을 아끼지 않은 인사로 평가된다.

앞서 정치권에는 지난 29일부터 한국당이 ▲박찬주 전 제2군작전사령관 ▲안병길 전 부산일보 사장 ▲이진숙 전 MBC 보도국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용하 현 순천향대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플랜트 EPC BG장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대표 ▲정범진 경희대 교수 등 9명을 영입할 것으로 봤다. 다만 박찬주 전 사령관 영입은 조경태 한국당 의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반대로 무산됐다. 복수 언론 등에는 ‘궁예 배우’로 알려진 김영철 씨가 영입될 것이라는 추측도 돌았던 적이 있다. 김 씨가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추측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까지 냈다.

이 대표는 한국당 인재영입에 대해 “이번 인재영입도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전통적 인재영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공천을 줄 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고, 역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돈은 확실히 안줄거고, 일단 이름을 걸어두시면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원칙을 가지고 모은듯한 사람들. 이미 자기 자리가 다 있어서 당에서 보상을 받지 않아도 전혀 아쉽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인재영입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당이 제시할 비전은 간 곳 없고, 목적과 수단의 전도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자유한국당에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공짜로 일할 사람 데려오지 말고 진짜 전문가 진짜 파이터를 돈을 주고 사다 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우익 진영’이 합당한 보수 없이 사람을 ‘부린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해당 부분을 문제삼으며 “(한국당 행동으로) 능력은 없고 딱히 다른 할 일도 없고 돈을 받지 않아도 아쉬울게 없는 정치병자들 외에는 당에 비전을 가지고 투신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어차피 가진게 많아서 당에서 보상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어차피 나가서는 돈 벌 길이 없어서 당에서 보상을 받지 않아도 상관 없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는 달라보이지만 당에 기여하는 바는 똑같다”며 “성과와 보상이라는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성과가 있으면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하고 보상이 없는 곳에는 결코 성과가 따르지 않는다는 자유시장의 근본이 되는 이 전제를 한국당이 언젠가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전문(全文).>

이러려면 인재영입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인재영입은 일 할 사람이 없어서 실무진을 채용하는 행사가 아니라 당의 방향성을 홍보하는 이벤트다. 이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나는 자유한국당에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공짜로 일할 사람 데려오지 말고 진짜 전문가 진짜 파이터를 돈을 주고 사다 쓰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 못주겠으면 공천이라도 주던가. 기업에 자리를 파주던가. 우익진영에서는 문재인이 정치쇼를 벌일 때마다 "이거 또 탁현민 작품이냐" 고 반문해왔다. 정말 그 역겨운 정치쇼들이 모두 탁현민의 작품이었다면, 사실 이는 욕해야 할 일이 아니라 배워야 할 일이다. 팬덤으로 정치를 하는 후진적인 대한민국 사회의 수준에 딱 맞는 쇼정치 전문가를 청와대에 자리를 주고 영입해서 썼다는 뜻 아닌가.

자유한국당이었으면 어땠을까? 대충 '국민소통위원회' 같은걸 하나 만든 뒤 당 사무국에서 누가 나와서 회장을 맡고, 사람들을 데려다가 알량한 "1기 국민소통위원" 같은 개똥같은 타이틀을 선심쓰듯 나눠주고는 본업에 지장을 받게 하면서도 돈 한 푼 안주고 썼을거다. 자연히 동기도 관심도 떨어지고, 시간은 빼앗기는데 보상은 전혀 없고, 당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업에 압박을 받아 능력있는 사람들은 하나씩 하차한다. 당의 다른 인물이 '국민소통위원회' 의 실패를 문제삼으며 '소통혁신위원회' 라는 이름만 살짝 바꾼 조직을 만들겠다고 재가를 얻어낸다. 물론 예산은 없다. 사람들을 모으고 타이틀을 나눠준다. 동기도 관심도 생기지 않고 보상은 없고....(반복)

결국 그런 조직에 끝까지 남는 사람의 조건은 아래와 같이 수렴한다.

1. 본업이 따로 없거나
2. 스스로의 경제활동으로 자생이 어렵거나
3. 집에 돈이 많아서 기약없는 기다림을 버틸 수 있거나
4. 정치인이 되는 것 외에는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는 정치낭인 이거나

요약하면, 능력은 없고 딱히 다른 할 일도 없고 돈을 받지 않아도 아쉬울게 없는 정치병자들 외에는 당에 비전을 가지고 투신하지 않는다.

오해하지 마시라. 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두 저런 조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모두 저런 루트로 당에 몸담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외부 인재 영입이라는 것이 항상 저런 꼴로 이뤄져 왔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터.

다른 예를 들어볼까. IMF 에서는 사람을 구할때 대개 단기 계약직만 뽑는다. 대개 3~6개월, 길어야 9개월. 그런데 채용공고를 보면 그야말로 테뉴어를 받은 경제학/경영학 교수거나 어디 은행이나 정부기관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쯤은 했을 것 같은 경력자만이 대상이다. 이런 대단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미쳤다고 3~6개월짜리 돈도 안되는 계약직 연구원을 하러 미국에 오겠는가? 그런데 온다. 신나게 온다. 왜냐하면, IMF 연구원이었다는 경력 자체가 이들에게 큰 훈장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어떤가. 사람을 뽑는건 꼭 IMF 처럼 뽑지만, 자유한국당 무슨 듣도보도 못한 TF 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몇달 일하다가 이내 흐지부지 됐다는 타이틀은 훈장이 되기는 커녕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대체 새로운 인재가 왜 자유한국당을 오겠는가. 대체 젊은이가 왜 자유한국당을 오겠는가.

이번 인재영입도, 물론 TF 와는 다르다손 치더라도, "잃을게 없는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전통적 인재영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천을 줄 수도 있고 안줄 수도 있고, 역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돈은 확실히 안줄거고, 일단 이름을 걸어두시면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원칙을 가지고 모은듯한 사람들. 이미 자기 자리가 다 있어서 당에서 보상을 받지 않아도 전혀 아쉽지 않은 사람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목적과 수단의 전도가 일어난 것 같다.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데 인재를 영입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결국 비전은 간 곳 없고 괜히 사서 욕만 먹는 모양새다. 발표를 하자마자 낙마가 일어났다. 개인적으로 박찬주라는 사람은 왜 애국자라고 불리는지도 모르겠고 대체 자유한국당에 무슨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공관병 갑질이라는 억울한 여론재판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이유로 '인재' 로 영입한다면, 알파고가 유행한다고 바둑기사 조훈현에게 공천을 주는 정신빠진 꼴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어차피 가진게 많아서 당에서 보상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어차피 나가서는 돈 벌 길이 없어서 당에서 보상을 받지 않아도 상관 없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는 달라보이지만 당에 기여하는 바는 똑같다. 성과와 보상이라는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성과가 있으면 반드시 보상이 있어야 하고 보상이 없는 곳에는 결코 성과가 따르지 않는다는 자유시장의 근본이 되는 이 전제를 자유한국당이 언젠가는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로, 영입된 인재 중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나이가 많다고 비판받을 사람은 아니다. 시카고대에서 수학하신, 대한민국에서 자유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다. 나를 가르친 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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