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限韓令) 풀지 않는 중국 정부...해외 거주하는 한국인 입국도 막아
'사드' 배치 이유로 美이스트먼 음대 한국인 학생들 비자 발급 끝까지 거부
사실상 취소인 공연 연기...당초 공연 추진하려다 학생들 반발 등으로 무산
전세계 클래식 시장에서 무시못할 '큰 손'인 중국 눈치 보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 풀지 않는 중국

출처: 이스트먼음대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도를 넘은 사드 보복이 국내외 거주하는 한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명문학교인 이스트먼 음대 오케스트라에 속한 한국인 단원들의 입국을 불허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해당 음대의 중국 공연이 연기됐다. 중국 정부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 유명 음악가들에 대해 한한령(限韓令)을 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 이스트먼 음대의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상하이, 항저우 등 중국 8개 도시 투어 공연을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 29일(현지 시간) 자말 로시 이스트먼 음대 학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학장이 보내는 메시지'란 글을 올리며 "오케스트라의 모든 단원이 참석할 수 있을 때까지 투어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 정부가 오케스트라 소속의 한국인 단원 3명에게 비자 발급을 끝까지 거부했기 때문이다.

로시 학장은 지난 25일 "한국인 단원 3명을 제외하고 이스트먼 필하모니아가 중국 투어를 가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가 학생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당시 로시 학장은 "지난달 말 중국 측 투어 파트너사가 '오케스트라의 한국인 학생 3명은 비자를 받을 수 없다'고 알려왔다"면서 "이는 지난 2016년 미국이 한국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사드)을 보낸 결정과 관련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로시 학장은 중국 측이 "중국은 한국인 예술가들이 중국에서 공연하는 것을 막아왔다"고 설명한 사실도 덧붙였다.

이스트먼 음대가 한국인 단원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중국 순회 공연을 추진키로 결정한 것은 전세계 클래식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큰 손'으로 떠오른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시 학장은 "교수진과 단원들에게 있을지 모를 잠재적 채용, 공연 기회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예술가에 대해 집요하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사실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로시 학장은 "비자를 받기 위해 미국 의회 관계자와 뉴욕주재 중국 영사관에 2주 넘게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실패했다"고 밝혔다.

출처: 이스트먼음대 홈페이지 캡처

학생들은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중국 순회 공연을 추진하려 했던 학교 측을 성토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반발 등 파문이 확산되자 중국 공연 연기를 발표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한한령 조치 이후 한국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활동을 막아왔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2017년 2월 중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중국 공연을 취소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도 철저히 금지됐다. 사안에 따라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주는 식으로 알음알음 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