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관련 6살 아들 욕설 통화 듣고 멘붕' 페이스북에 호소...한국당은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논평해 비교된 듯
일부 친문지지자 "유권자가 불편하다면 사과하고 고쳐라" "천주교 신자 고인께 개신교 용어 '소천' 쓴 건 잘못"
30일 與공보국 공지까지 올려 "이전 추모논평과 동일 방식" 해명했으나 "이전에도 그렇게하는거 아니다" 반발 있어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이재정 의원(왼쪽)이 지난 10월29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를 계기로 낸 '평어체' 추모 논평은 출입기자단에 이메일 전송됐다.(사진=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이메일 캡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이재정 의원(왼쪽)이 지난 10월29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를 계기로 낸 '평어체' 추모 논평은 출입기자단에 이메일 전송됐다.(사진=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이메일 캡처)
10월30일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보국 공지사항(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정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어머니 강한옥 여사 별세 당일(29일) '평어체'로 된 애도 논평을 냈다는 이유로 친문(親문재인) 지지자 일부로부터 뜻밖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가장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강한옥 여사의 영면을 기원합니다"라고 '경어체'로 된 논평을 낸 터여서, 집권당에서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결례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이재정 대변인은 29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친박(親朴) 그룹, 애국당(우리공화당) 어르신까지 별의별 항의전화를 다 받아 봤고, 그 앞에서조차 겸허해야 함을 누구보다 자신하는데 오늘은 어쩌다 6살 꼬마가 받은 전화에까지 대놓고 쏟아내는 '욕설들'"이라고 운을 뗀 뒤 "놀란 아이 옆에 나도 멘붕, 무너졌다"고 적었다.

이어 "되려 나를 위로하다 잠든 아이, 이 역시 정치인 가족으로 감당할 몫인가. 앞으로는 더 할 테지⋯만감이 든다"고 적었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6살 아들이 우연히 받았는데, 상대가 욕설을 해서 놀랐다고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언급된 욕설 통화는 강한옥 여사 별세 계기 애도 논평으로 보인다. 이 대변인은 바로 뒤에 "오늘(29일)자 애도 논평 관련해 노(努)한 많은 분들의 문의가 있어 덧붙인다"며 "논평의 평어체는 그간 민주당 공보국에서 논평 시 구두 경칭 후에도 홈페이지 게재에는 평어체로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또 "위안부 할머님, 이희호 여사님 등 많은 분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내드리던 당시에도 동일한 방식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30일 홈페이지에서 "당 공보국의 논평 전문 홈페이지 게재는 기자회견장에서 경어체 브리핑 후, 업로드 과정에서 평어체로 전환돼 게재돼 왔다"는 내용의 '공보국 공지사항'을 올렸다.

이 대변인은 앞서 2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명복을 기원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고인의 삶을 기리며, 문재인 대통령과 가족께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라고 했다. 출입기자단 이메일로 배포할 때는 논평 제목 끝을 "기원한다"로 적었지만, 30일 현재 당 홈페이지에는 "기원합니다"로 바뀌어 게재돼 있다. 이 대변인 본인은 문 대통령과 생전의 강 여사가 함께 청와대 안을 걷는 뒷모습 사진에 '경어체 논평'을 덧입힌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추가로 올리기도 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반면 김명연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논평에서 "큰 슬픔을 마주하신 문재인 대통령과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시 한 번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故) 강한옥 여사의 영면을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친문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논평을 비교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줄임말)가 대통령으로 계신 상황에서도 이재정 따위가 논평을 그 따위로 쓰는데, 문프 임기 끝나고 퇴임하시면 퍽이나 민주당 것들이 전직 대통령님으로 대우 해주겠다"며 "이재정의 악의 가득 찬 모욕적인 논평을 쓴 게 민주당 내부 분위기가 어떤지 보여주는 거지"라고 썼다.

일부 네티즌은 이 대변인 페이스북에 비난 댓글을 달았다. 한 네티즌은 "이게 (여당) 공식논평인가. 대가리 속에 뭐가 처박혀 있나. 정녕 니들이 여당인가"라고 했다. 이 대변인이 올린 해명 글엔 "'6살 아이'나 '정치인의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란 표현으로 '감성팔이'를 한다"며 "유권자가 불편하다고 하면 사과하고 고치면 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친문 지지자도 이 대변인이 추가로 올린 경어체 논평 게시물에 "진심 말투 그거 아니세요. 이전에도 그렇게 했으니 넘어가라구요? 이전에도 그렇게 하는 거 아니셨어요"라며 "고치시길 바랍니다. 있던 정 다 떨어지네요"라고 쓴소리를 했다.

평소 이 대변인을 지지해왔다는 다른 네티즌은 "평생을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살아오신 고인께 개신교 용어인 '소천'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재정 의원님 본인도 카톨릭 신자이신 걸로 안다"며 "대통령님 뒤에 숨어 무사안일로 당의 이익에만 앞장서는 다른 의원들과 결을 같이 하는 모습보다, 진정한 국민 정서 헤아릴 줄 아는 신중하고 사려 깊은 국회의원 이재정의 모습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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