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직생활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 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대 정부의 농업정책에서부터 마지막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이야기까지
김재수, 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박근혜 前대통령 재판 때마다 방청하는 '의리' 지켜

박근혜 정부에서 마지막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일했던 김재수 전 장관이 책을 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40년 동안 겪었던 공직 생활 전체를 써내려간 책이다. 역대 대통령의 농업 정책들에 대해 실무자였던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기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의 마지막 공직생활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이었음을 감안하면 뒷부분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리더십 역시 빼놓지 않고 평가했다.

저자는 지방과 농촌의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지방자치 역량에 대한 근본적 의문까지 들고 있다고 밝힌다. 농림부 정통 관료로서 그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위기는 농촌 인구의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다. 이는 농업 노동력의 부족을 필연적으로 야기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농가 계층 간의 양극화 역시 시급한 문제로 꼽고 있다. 자녀 문제, 노후 문제 등이 지방과 농촌에도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체계적이고 논리정연한 해답을 내놓는 책은 아니다. 대신 스스로가 겪은 최일선 현장에서의 업무 경험에 비춰 볼 때 행정처리 상 문제가 어디에서 가장 자주 나타나는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관한 실용적 팁들을 제시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직책별로 각자 역할에 맞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저자는 장차관에서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각자 제 위치에 맞게 내놓을 수 있는 솔직한 답변이 빠르고 분명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안함 폭침 때 국방부와 각군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을 미국 국방부가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룰 당시 보인 메시지들과 비교했다. 저자는 부처 내부 소통, 부처 간 소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다 2016년 9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됐다.

장관 시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처음 털어놓는 이야기는 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극비리에 백남기 농민을 문병한 것이다. 저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의 농업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탄핵 정국이 되기 직전 저자에게 낯선 문자 하나가 들어왔다. '시간 나실 때 전화 부탁드립니다. 황교안 총리 드림'이라는 문자로 저자가 당시 황 총리와 처음 접촉하게 된 상황을 묘사한다. 저자는 탄핵 정국 이후에도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매우 유능하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을 내각에서 지켜봤다면서 여러 일화들을 들려준다. 장차관과 실무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수준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점,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침착하게 정부의 여러 조치를 나열하며 설명하는 점, 거칠게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 하는 의원에게도 차분하고 당당하게 정부 대책을 소개하는 점 등을 꼽는다.

이외로도 이 책에는 김영삼 정부의 우루과이 라운드, 한미FTA, 광우병 파동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경북 영양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라며 경북고를 졸업한 뒤 경북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2018년 3월부터 경북대학교 초빙교수, 2019년 6월부터 자유한국당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전 장관은 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법원을 찾아 방청해 '무너진 박근혜에 의리를 지킨 마지막 장관'이란 평가도 듣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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