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전 사장 "1조1000억원대 각종 전기료 특례 할인 모두 폐지"
文정부 '탈(脫)원전' 정책 강행으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 더는 못 견딘다
"전기료 인상 없다"고 공언한 文정부...전문가 "원전 없애고 3배 이상 비싼 재생에너지로 채우는데"
재생에너지 보조금 계속 늘어나니 한전이 적자 면할 수 없는 구조
S&P, 한전 신용등급 10단계 중 최하위인 'BBB-'...적자 허덕이는 한전, 해외자금 높은 금리로 융통해야

김종갑 한전 사장
김종갑 한전 사장

탈(脫)원전을 기치로 내걸고 비용이 3배 이상 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행한 한국전력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표면화 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재무구조 악화 등을 이유로 한전의 신용등급을 10단계 중 최하위인 'BBB-'로 하향조정한 가운데 나온 전기요금 인상 방침이다. 한전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까지만 해도 세계 전력회사 중 유일하게 국제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A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조1000억원대의 각종 전기료 특례 할인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의 원가 공개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 사장은 "더 이상 새로운 특례 할인 도입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 제도 역시 모두 일몰(日沒)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첨언했다. 사실상 한전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의한 재무구조 악화를 더는 견디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전 측이 밝힌 전기료 특례 할인은 필수 사용량 보장 공제, 여름철 누진제 할인, 주택용 절전 할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신재생 에너지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등이다. 작년 한 해에만 1조1434억원이 한전 측 부담으로 전가됐다. 전기료 특례 할인 폐지는 국민의 전기료 부담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의 숱한 반대 의견에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는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한전은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에서 2017년 4분기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내리 적자만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엔 9285억원의 적자를 냈다.

30일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전원가가 싼 원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계속 늘어나니 한전이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것"이라며 "결국 전기료를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첫 조치로 누진제 할인 등을 폐지해서 1조원 이상 수익 개선을 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김 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듣고 "원전을 없애고 3배 이상 비싼 재생에너지로 채우는데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말을 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0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한전은 신용등급 역시 추락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전의 신용등급을 10단계 중 최하위인 'BBB-'로 또 다시 하향조정했다. 이렇게 되면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만 한다.

업계에서는 내년 총선이 끝나는대로 정부가 전기료 인상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김 사장은 이번 인터뷰에서도 "물가 상황을 봐서 전기요금을 조정하면 되는데 지금은 언제 할지 모르는 깜깜이로 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자체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전 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심야시간대 할인 요금)과 농업용 할인 요금 조정 등이 가장 먼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은 곧 '인상안'이다.

김 사장은 "현재 총괄원가만 공개하던 것에서 주택용·산업용 등 용도별로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현재 주택용 전기료는 원가의 70%, 농업용은 30%, 산업용은 원가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며, 원가와 같은 수준은 일반용(상업용) 요금뿐"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정부가 막아온 전기요금의 용도별 원가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이 같이 밝히면서 "야단을 맞더라도 (원가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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