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28일 ‘실무는 문서교환으로 하자’는 북한에 실무회담 역제의 했으나 거절당해
통일부 관계자 “북측에 실무회담 등 대면협의 다시 요청할 것”

김정은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중앙TV가 공개한 시찰현장 사진에서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의 모습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북한은 29일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철거 문제와 관련해 ‘만나서 논의하자’는 문재인 정부의 요청을 하루 만에 거절했다.

통일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측은 시설 철거 계획과 일정 관련해 우리측이 제의한 별도의 실무회담을 가질 필요 없이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 관광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논의하자며 통지문을 전달한 지 불과 하루만에 거절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요구를 오히려 남북대화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야무진’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날 오전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 앞으로 이런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각각 보내왔다.

또한 통일부는 “정부와 현대아산이 지난 28일 북측에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협의하자고 한 ‘금강산 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29일 연합뉴스에 북측이 실무회담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일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신문을 통해 직접 철거 문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남북협의를) 시설물 철거 문제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측이 남측과 합의 없이 시설을 철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북측에 실무회담 등 대면협의를 다시 요청하는 통지문을 보내는 것을 포함해 가능한 대응방안을 현대아산과 검토할 계획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남북관계 모든 현안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 하에 금강산 관광 문제 관련해서 사업자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대응 방향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문서교환은 기본적으로 인원이나 일정 등 실무적 문제에 대해 필요한 경우 할 수 있지만 이런 것은 금강산관광 관련 문제로 보고 상호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5일 금강산 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그룹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내 남한시설을 철거해 가라고 밝혔다. 또한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고 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28일 금강산관광지구 문제와 관련해 남북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역제의했다. 정부는 북한의 철거 요구를 남북대화의 기회로 삼아 여러 가지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북한이 거절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당분간 남북 간 면대면 협의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 23일 보도된 금강산 시찰에서는 선임자들의 대남의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한국이 만든 금강산 관광 시설을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하 것이지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향후 북한이 독자적으로 금강산 관광 단지를 개발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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