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이후 판사 비난에 대법원 첫 공식입장...국감증인 요청도 “적절치 않다”
조국 일가 영장 맡은 판사들 좌우 막론하고 결과 따라 비난받아
판사는 조직적인 검찰과 달라 개인으로서 비난에 쉽게 노출돼
與圈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검찰개혁 보고서에도 부정적 입장 내비쳐

대법원./연합뉴스
대법원./연합뉴스

대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 수사 영장심사를 맡은 판사들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과 국감증인 출석 요구 등에 대해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 적절치 않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영장 판사에 대한 국감 증인 출석 요구 등에 대한 질의에 서면자료를 제출하며 이같이 답했다. 조 전 장관 수사가 시작된 후 대법원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개인을 향한 비난에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재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허용될 수 있으나 재판 결과를 두고 법관을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그 신상을 공개하고, 국정감사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해 진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로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실제로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의 영장을 맡는 판사들은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번갈아 비난을 받았다.

지난 24일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씨를 법적 구속한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좌파 성향 시민들의 인신공격성 비난에 휘말렸다면, 지난 9일 조 전 장관 동생 조권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부장판사도 우파 진영의 비난 대상이 됐다. 이들 모두 ‘적폐 판사’로 규정되며 각종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에 신상이 공개됐다. 도를 넘은 악성 댓글이 이들 게시물에 뒤따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직접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판사는 검찰과 달리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익명을 이용한 불특정다수의 비난에 혼자 노출돼 견디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판사들도 시민들의 여론과 비난을 의식하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1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경남지사를 구속한 성창호 부장판사는 재판 하루 뒤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자택 등에서 경호를 받기도 했다. 당시 김 지사 지지자들뿐 아니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까지 성 부장판사에 대한 비난에 합세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8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발표한 ‘검찰-법원개혁 함께 추진할 제2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 논의 제안’ 보고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본 보고서에선 법원이 조 전 장관 일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허가를 남발하면서 검찰의 사냥식 표적 수사를 지원해줬다고 주장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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