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민주연구원 '독도의날' 보고서..."반일종족주의는 학술활동 아니다"며 "특별법으로 처벌" 주장
"일제 식민통치 미화, 독도포기 주장, 日극우세력과 내응 민족정기 훼손" 정치공세 점철
"위안부는 性노동자" "징용노동자상 위안부소녀상 철거" 주장을 반국가반인도 행위 규정
연구문건 형식 취한 '파시즘'...반일종족주의 필진 "학술 토론" 요청은 석달 넘게 묵살

집권여당 싱크탱크가 여권(與圈)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사건의 주체마다 '저격 문건'을 내는 행태가 수사기관·사법부 압박에 이어, 반일(反日)파시즘에 기반한 학문의 자유 탄압으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일원인 양정철 원장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은 '독도의 날'인 25일 오후 박혁 연구위원 명의로 낸 8페이지 분량 '정책브리핑' 문건에서, 경제사(史) 전문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집필한 <반일종족주의>를 예로 들며 "일제 식민통치 옹호행위 특별법 제정해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공격했다.

자료사진=민주연구원 홈페이지 제공

반일종족주의는 좌경화(左傾化)된 사학계가 일제 식민지배 당시 한반도의 발전상을 객관적 자료로 조명하길 거부하고 약탈·학살설과 배타적 민족주의, 감성주의로 점철된 역사관을 주입하는 데 학술적 연구를 토대로 반박한 서적이다. 지난 7월 발간된 이래 이영훈 전 교수 등 필진은 일제 종군위안부의 진상 등에 대한 논란을 예상하면서 "학술 토론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혀왔지만, 3달이 넘도록 '학술 토론'에 응하는 단체는 없었고 좌파 언론·사학자·단체들로부터 '일방적' 공격을 당한 터다. 지난 8월, 26개월간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직을 갓 내려놓은 조국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집권여당의 싱크탱크가 아예 <반일종족주의> 필진을 겨눠 "학술활동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대중선동 망언"을 하고 있다고 못박은 것이다. 보고서를 쓴 박혁 연구위원은 "수많은 연구 성과, 조사보고서, 법률, 판례, 증언 등으로 정리된 일제침략과 전쟁범죄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날조해 옹호하는 행위는 순수한 학술활도잉나 학문행위가 아니라 정치세력화를 목적으로 한 정치적 선동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반일종족주의> 저자인 이영훈은 외신기자 300명이 참여하는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정치세력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며 "자유한국당의 일부 의원들도 <반일종족주의>에 찬양·동조하면서 그 주장을 자신들의 '정치적 깃발'로 삼아야 한다며 정치세력화를 다짐했다"고 싸잡아 삼았다. 언급된 '일부 의원'은 지난 8월13일 <반일종족주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심재철·정종섭 한국당 의원이다.

박 연구위원은 나아가 "몇몇 개인의 비정상적·돌발적 일탈행위가 아니라 조직적·지속적인 친일행위로 전개되는 양상"이라며 이 전 교수와 연관된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승만 학당, 이승만TV(유튜브) 등을 거론하면서 "일제 식민통치 미화, 독도포기 주장, 강제동원 부정의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유통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신친일파라고 자처하는 젊은 유튜버들이 파생채널들을 만들어 수십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급기야 소녀상에 침을 뱉는 등 패륜적 행위도 자행했다"며 "태극기부대는 일장기를 들고 나와 반정부시위를 하며 친일이 애국이라고 외치는 등 태극기모독부대로 전락했다"고 사실관계나 개연성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폈다.

자료사진=민주연구원 홈페이지 제공

그는 또 "국내 친일세력은 자율적 학술활동이 아니라 일본의 일제 식민통치 옹호 단체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는 등 일본 극우세력과 내응해 대한민국 정통성과 '민족정기'를 훼손하고 전쟁범죄 피해자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반국가·반인도 행위를 자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좌파언론이 낙성대경제연구소 등에서 '일본이 대 준 돈을 받았다'는 단편적 문구로 비난한 보도를 들었으나, 구체적 경위는 규명된 바 없는 사례들이다.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연구비는 일본 측에서 수령 관리했으며 세미나와 답사 등 공동경비에 썼을 뿐 연구자 개인이 연구비를 지급받은 게 아니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 연구위원은 '일제 식민통치 옹호 및 일본의 역사부정에 내응(內應)하는 행위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면서 이 법안을 만들어 "대한민국 정통성과 민족정기를 수호하고 미래 후손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고 했다.

처벌대상에 대해선 "일제 식민통치를 옹호하거나 일본의 역사부정에 내응하는 국내외 개인 및 단체"라고 했다. 이른바 '반국가적 행위' 사례에는 이 전 교수가 <반일종족주의>에 쓴 "한국 정부가 독도가 역사적으로 고유한 영토임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제시할 증거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은 실정이다"를, '반인도적 행위'에는 "위안부는 성노예라기보다는 성노동자가 맞는다"라는 부분을 발췌해서 넣었다. 공동저자 이우연 박사가 일제 징용공에 관해 "많은 조선인들은 자신들의 의사로 일본에 갔으며, 징용은 합법적이었다"고 저술하고 한 방송인터뷰에서 징용노동자상과 위안부 소녀상 철거 필요성을 주장한 사례까지 반인도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는 대체로 연구위원의 보고서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애초 극우(極右)나 식민지배 옹호 개념조차 객관적으로 정의하지 않은데다 정치권 비(非)전문가 논평 수준의 어휘로 학술적 연구의 결과물을 비방한 것으로 보인다. 초입부터 공격 대상을 "학술활동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학술적 반박과는 거리를 두기도 했다. 여러 예시조차도 발생 시점이나 주체 및 사실관계, 맥락이 불충분해 육하원칙조차 만족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학술적 논쟁은 회피하고 형사처벌 당위성을 세우기 위해 이 보고서에 제시된 역사부정죄 주요국가 사례와 국제협약 역시, 대부분 2차대전 전범인 독일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 정권의 집단학살·인종청소 만행에 대한 찬양·정당화에 관한 것이다. 일제 식민지배 당시 사실관계 연구나 결과론적 해석을 이와 동급으로 삼는 건 논리 비약으로 보인다.

이 전 교수 등 저자 6명은 지난 8월 조국 전 장관을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책 어디에도 일제 식민지배 기간에 반인권적·반인륜적 만행이 없었다는 변호는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이들은 "이 책은 기존 한국인의 일반적 통념과는 다른 새로운 주장을 담았지만, 이는 수십 년에 걸친 필자들의 연구 인생의 결과를 담은 것이며 진지한 학술적 논의와 비평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료사진=민주연구원 홈페이지 제공

한편 민주연구원은 앞서 지난달 30일, 이달 8일 낸 이슈브리핑 문건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를 "사냥"이라고 빗대며 "검찰개혁"을 압박했고 , 압수수색 영장 등을 발부해 준 법원에마저 "법원개혁"을 거론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을 수차례 거명해 압력을 넣은 바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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