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권력' 악용해 여성 단원들에게 상습 성추행 의혹
'촛불' 치켜세우고 대선 때 文대통령 찬조연설한 연극계의 좌파 원로
유난히 도덕성과 정의 목소리 높이기도
고은 시인 이어 좌파 문화권력 '어른'들의 추악한 모습들
미적대다가 파문 커지자 19일 공개사과하기로
잇따른 좌파 문화권력의 부끄러운 민낯 잇달아 드러나

최근 최영미 시인의 시(詩) ‘괴물’로 좌파 문학계에서 '어른'으로 대접받던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역시 좌파 문화계의 원로(元老) 연출가로 꼽히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도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이윤택 감독의 경우,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14일 그의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데 이어 17일에는 성폭행을 고발하는 글까지 인터넷에 올라오며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감독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상태에서도, 그 외의 과거 행적 고발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지속되며 그동안 문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한국 좌파 문화권력의 추악한 민낯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파문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14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10여 년 전에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글에서 실명(實名)을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공연했던 연극이 ‘오구’였다고 언급하며 이윤택 감독임을 암시했다.
 

(왼쪽)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오른쪽)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페이스북 글

김 대표는 이 글에서 당시 연출가가 본인의 기(氣)를 푸는 방법이라며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고 그날도 자신을 여관방으로 호출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여관방에 불려가서 이 연출가가 안마를 시키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를 것을 지시했다고 고백했다. 이에 김 대표는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며 자신의 처지와 이 연출가가 왕과 같이 군림하는 문화예술계 상황을 묘사했다.

결국 ‘더는 못하겠다’란 말을 꺼낸 뒤 방을 나왔고, 한 두 편의 연극작업을 마친 뒤 극단을 나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대학로 골목에서, 국립극단 마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다녔다. 무섭고 끔직했다”거나 “글을 쓰는 내도록 온 몸이 떨려온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드러나지 않은 이면 속에서 ‘구역질’에 시달렸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어 “이제 대학로 중간 선배쯤인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용기를 낸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은 1980년대 연극계에 입문해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백상예술대상, 뮤지컬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연극계를 평정해 온 원로라는 점에서 이번 폭로의 파장은 크다. 이 연출가는 ‘오구’ ‘청부’ ‘문제적 인간 연산’ ‘바보각시’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등의 히트작을 만들었으며, 국립극단 예술감독, 서울예술단 대표감독 등을 지냈다. 특히 정치사회적 문제에서 유난히 도덕성과 정의(正義)를 강조해온 좌파 연출가라는 점에서 고은 시인 못지 않게 위선의 극치를 보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탄핵 정국 당시 “촛불은 제2차 시민혁명이자 명예혁명이었다. 촛불혁명에서 비롯된 새로운 시대가 왔다. 보수와 진보라는 구시대의 이분법을 극복하는 새로운 시대”라며 촛불에 대한 찬사를 수차례 늘어놓았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 촛불혁명과 대선은 우리나라 보수의 붕괴를 보여준다. 막말하고 상식이 없는데다 너무 야만적이고 무식한 작태를 스스로 노출했기 때문에 보수가 그냥 무너졌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기존 보수는 더 희망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좌파 문화인들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1호로 알려진 그는 “지원금이 끊긴다고 해서 연극은 죽지 않는다”며 “헝그리 정신으로 버틸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의 견딤과 버팀이 훌륭한 작업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윤택 감독은 또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찬조 연설을 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고 밝힌 이윤택 감독은 2012년 찬조연설에서 미담들을 소개하며 문 후보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는 “요즘 대선 정국을 맞아 엄청난 공약과 수치, 자료가 난무하는데 과연 대통령을 정보적 자료나 경제적 수치로 뽑아야 하는 것인가란 질문을 하게 됐다”며 “아름다운 사람 문재인을 대중에 알려야겠다 싶어 나왔다”고 했다. 이어 문 후보를 “개천에서 난 용”이라고 추켜세우는 한편, 문 후보가 극단적으로 청렴하고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연설하며 “아름다운 사람 문재인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폭로 이전에도 이윤택 연출가에 대해서 국내 대형극단에서 작업할 당시 극단 직원을 성추행해 해당 극단에서 이 연출가와 더이상 함께 작업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였다.

해당 극단측은 연출가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당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피해자가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아 앞으로 그 연출가를 극단 공연에 참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한 커뮤니티 게시글에서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2002년 당시를 회상하며 “순식간에 성폭행이 이루어졌다. 그는 아직 미처 발기되지도 않았던 성기를 밀어넣으면서 힘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현재까지는 여타 논란들에 대해서는 쌍방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잇따른 폭로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캡처
인터넷 캡처

공연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가해자가 권력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릴 엄두를 내지 못했을 뿐,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성추행, 성희롱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연극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 괴물을 만든 것이 누구인가. 나는 이런 사태에 발 빠르게 펜을 드는 선생님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 무섭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부 문제에 대한 좌파 문화권력이 형성한 카르텔에서 튕겨져나갈까 두려워하는 문화계 내부사정이 엿보이는 듯하다. 용기있는 고발이 없었다면 아무렇지 않은 척 연극계 대부로 있었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 문화계에서 그리 많지 않은 자유우파 성향 영화감독인 이용남 교수는 이번 현 성추행 논란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더러운 좌파 문화권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기생한 결과다. 피해자가 침묵하고 살아야하는 비정상의 생태계. 그곳이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다”라고 문화예술계 실태를 날선 논조로 비판했다. “어느 정권교체에도 전혀 흔들림없었던 좌파 문화권력. 언제나 저들이 기득권이었고, 권력의 정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코스프레? 코가 막힌다.”고 질타했다. 이어 “'접시꽃 당신'처럼 좌파 문화권력의 예술에는 생명이 없다. 저들의 살 떨리는 가증과 위선의 빙하는 계속 흐른다”고 덧붙였다.

이용남 감독은 또 다른 글을 통해서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자 코스프레 했던 문학 고은, 연극 이윤택의 성폭력 범죄”를 지적하고 “성폭력 범죄자들에게 지지받고 사랑받는 주사파정부. 웃긴다. 역시 탁탁들은 통한다”며 베일 속에 가려진 권력 구조에 대해서 비판했다. 그는 “좌파 문화권력을 남용하며, 군림했던 소위 존경받는 스승이라 불리는 자들의 추한 민낯. 하지만 이런 일은 빙산의 일각조차도 되지 못한다. 빙하는 지금도 움직인다.”며 사태가 확산될 것을 전망하기도 했다.

유난히 도덕성과 정의를 추앙하며, 부조리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내세우던 이윤택 감독이 막강한 예술 권력을 활용한 성추행ㆍ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연희단거리패는 페이스북에서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지난 10일부터 이윤택 연출로 공연 중인 연극 '수업'을 비롯해 예정된 모든 공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연희단거리패는 페이스북에서 "지난날을 반성하고 모든걸 내려놓고 근신하겠다"는 이윤택 연출가의 말을 전했으나 '성의없는 사과'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후 이 내용을 삭제했다.

이어 17일 저녁 메일과 문자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이윤택 감독이 19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에 있는 30스튜디오에서 이윤택 감독이 직접 공개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17일 "'me too' 운동에서 밝혀진 '이윤택'의 권력을 악용한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이윤택 회원을 제명한다"고 공지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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