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당장에 미치는 영향 없어...농업에 영향시 피해보전대책 마련할 것"
추후 협상서 농업지키는 대가로 타 산업에 부정적 영향끼칠 것이란 우려 가시지 않아
정규재 대표 "당장의 변화는 없겠지만 원칙적으로나마 개도국포기를 선언한 것은 이 정부 들어 거의 유일하게 정상적인 결정"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홍 부총리는 "우리 농업의 민감 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고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 아래 이처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번 결정으로 당장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미래 협상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미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농업의 민감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미래의 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하면 반드시 피해보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생방송 '텐텐뉴스'에서 "관세의 보호를 받고 있어 농업 분야가 당분간 큰 변화가 없겠지만 원칙이나마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상적"이라고 평했다.

정 대표는 "90년대 우루과이 협정을 시작으로 도하 등 단일무역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보자고 하는 움직임들이 10여년 전부터는 FTA로 바뀌어 나갔다"며 "그동안 세계적으로 단일 규정을 만드는 것은 어려워 국가 대 국가, 또는 지역별로 FTA라는 배타적 제도를 만들자고 하는 쪽으로 이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범태평양자유무역이라던지, 일대일 또는 지역별 단위의 조직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그동안 우리나라 농산물이 항상 걸림돌이 되어왔다"고 말했다. 덧붙여 "농업 분야에 대한 개도국지위를 이번에 포기함으로써 우리가 이런 테이블에 들어가기 위해 요구되는 것을 이번에 하나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쌀에 대한 관세가 장기적으로 일정수준까지 내려가는 동안에는 관세의 보호를 받게 된다"며 "개도국지위 포기로 인해 당장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유일하게나마 제정신으로 결정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가 출범하면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이후 1996년 12월 싱가포르 WTO 각료회의에서 '최빈국 지원을 위한 이행계획'을 채택함에 따라 특혜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농축산물 분야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수입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하고 국내 생산품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는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로 작용, 기득권을 유지한다며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경쟁 없이 정부의 지원책만 요구하는 구조를 띄다보니 산업경쟁력은 낮아지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상품의 가격과 질이 모두 악화하게 되는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설명대로 이번 개도국지위 탈퇴 결정으로 관세가 없어지거나 보조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도국 지위와 관계없이 추후 협상 이전까지는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과 농업 보조금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 정부의 개도국 탈퇴 결정이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수월했던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추후 협상에 있어서 개도국지위 탈퇴로 인해 기존에 보장받았던 고율관세, 연간 보조금 액수, 연간 관세인하율 등이 내려갈 가능성은 커졌다. 이번 탈퇴 결정으로 인해 벌어질 추후 협상이 본 게임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압박에 따른 개도국지위 탈퇴를 결정한만큼, 앞으로 양국간에 벌어질 협상에서 농축산물 분야에 대한 조정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농업분야를 그대로 보호하고 다른 분야를 내주게 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분야가 아닌, 다른 산업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철강 산업의 경우, 작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실시한 수입 쿼터제로 인해 대미 강관류 수출량은 92만7007t으로 줄었다. 이는 2017년(204만t)과 비교했을 대 절반 이상이나 줄어든 것이다. 당시 정부는 농산물 시장을 방어하고 25%에 달하는 한국의 철강 수출에 대한 고율관세를 막았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강관 쿼터 수출을 지난해 절반 수준인 102만6246t으로 제한했기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정부가 이날 개도국지위 탈퇴를 결정하면서도 농업분야는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선언한만큼 앞으로 벌어질 협상에서 어떤 분야의 손해를 감수하게 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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