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분석 “김정은의 선임자 비판은 이례적...그만큼 경제발전 원한다는 뜻”
“김정은은 매우 약삭빠른 지정학 관찰자...대부분 워싱턴 향해 메시지 보내”

김정은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김정은이 금강산 지구를 시찰하고 한국이 지은 시설을 철거하도록 지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행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미국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김정은이 지난 4월 미국에 제시한 마감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미국에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지구 방문을 통해 보내는 신호는 미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페퍼 소장은 VOA에 “김정은은 현 시점에서 미국에 말을 거는 것에 매우 관심이 있다”며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사실과 한국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국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퍼 소장은 “김정은은 매우 약삭빠르게 지정학적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며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누가 권한을 갖고 있는지를 알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워싱턴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김정은이 선임자를 비판한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며 “김정은의 선임자는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일컫는데 김씨 일가가 북한에서 신성불가침으로 간주되는 것을 볼 때 김정은의 선임자에 대한 비판은 자신에게도 향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은 그만큼 북한의 경제 발전을 자신의 업적으로 삼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정은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과거 정책으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도 VOA에 “김정은에게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위한 도구”라며 “비록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현재 김정은은 미국의 주위를 끄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아마도 또 다른 미북 정상회담을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VOA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의 현지 지도에 동행했다는 사실은 이것이 진전 없는 미북협상에 대해 북한이 느끼는 과절감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반면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VOA에 김정은의 메시지는 미국이 아닌 한국과 북한을 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김정은 외세의존 정책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내부적인 메시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이 심지어 그의 ‘선임자’를 비판한 것은 당시 금강산 남북경협을 추진했던 그의 아버지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북한이 외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 많은 균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기 위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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