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체포는 적절...우리는 주재국 정부와 경찰 보호에 크게 의존”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18일 오후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는 방식으로 대사관저 마당에 진입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18일 오후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사다리를 이용해 미국 대사관저 담을 넘는 방식으로 대사관저 마당에 진입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캡처. 연합뉴스)

지난 19일 친북성향 청년단체 회원들이 주한 미국 대사관저를 무단 침입한 사건과 관련해 전 주한 미국대사들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이들은 “미대사관저 무단 침입자들을 체포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며 한국 정부에 외교 공관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에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주한 미국대사관저 침입에 대해 “그들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으며 경찰이 그들을 체포한 것은 적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그러나 힐 전 차관보는 이번 대사관 침입 사건을 한미관계의 현주소와 연관시키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재로서는 (한미관계의 이상기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몇 주 뒤 예정된 한국 방문 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도 미대사관저의 안전이 위협을 받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스티븐스 소장은 “누구든지 외교 공관 또는 공적인 장소의 안전을 훼손하려는 사람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그들이 우려하는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길 원했다면 그런 요청을 했었어야 했고 미 대사관측도 기꺼이 그들과 대화에 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관저에 침입해 경찰이 개입하게 만든 것은 옳은 방식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스티븐슨 소장은 “이번 사건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방위비 분담과 특별협정에 관해 두 나라 관계에 상당한 불안감과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부터 4년간 서울에 주재했던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단지 내로 진입하는 것을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대개 그런 사건의 방지를 주재국 정부에 크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학생들에게 시위 권리가 있지만 우리는 주재국 정부와 경찰의 보호에 크게 의존한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미 대사관저 침입 사건을 한미관계의 이상 기류와 연관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 대사가 흉기로 공격당했을 때도 두 나라의 관계는 매우 가깝고 우호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1989년 주한 미대사관저 점거농성을 직접 겪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는 당시 학생들이 자신의 관저 안으로 매우 쉽게 진입했던 것을 회상하면서 “그 학생들 가운데 몇몇은 나중에 내게 사과를 했다”며 “나는 여전히 한국인들을 매우 존경하며 그때처럼 이번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꽤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대가관저 침입 사건이 재발해 다소 놀랐지만 미군 주둔 등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만은 지난 50년 동안 있어왔다”며 “현 주한 미 대사에게 ‘유머감각을 잃지 말고 과잉 반응을 보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동맹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할 때 미 대사관저 침입과 같은 사건이 전임 행정부에서보다 훨씬 위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테리 선임연구원은 “한국인들과 한국 학생들은 한미동맹이 매우 어렵과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며 “복잡한 동맹 문제와 관련해 예측 불가능한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한국인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국학생들이 미대사관저로 뛰어 들어가는 것은 시각적으로 워싱턴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매우 좋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나는 현재 전반적인 한미동맹 관계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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