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2기 원내대표 지낸 홍영표 "文정부 장관 제안에 '못하겠다'더라는 사람 많아"
한국당 빠진 민주-바른미래-평화-정의 전·현임 원내대표간 토론회서 밝혀
홍영표·이해찬 "조국 청문회 최악"...공직후보자 도덕성 검증 탓으로 돌려
발표자 김종민, 토론자 김관영-장병완-윤소하 등 청문회 제도탓 입 모아
내로남불 소주성 등 문재인 정권의 비상식적 정책에 후보자들 모두 손사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이 10월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토론회 '국회현장의 목소리, 인사청문회 이대로는 안된다!'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제야 곧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권에서 "요즘에는 장관을 하라고 하면 다 도망가는 세상이 됐다"는 탄식이 나왔다. 장관급 요직을 거부한 인물이 30명에 가까운 탓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이대로는 안된다!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을 해보시라' 했는데 27명이 '못하겠다'고 해 (장관직을 고사한 사람이) 최고로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권 2년 5개월간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수는 23명(지명자 67명 중 34.3%)으로 이명박 정부 5년간 17명(지명자 85명 중 20.0%), 박근혜 정부 4년간 9명(지명자 80명 중 11.2%)을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자격미달자 임명 강행과 불통(不通)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일찍이 고조돼왔는데, 그 이면에서 장관직 제안 자체를 고사한 사람도 최고로 많았다는 것이다.

자료 출처=김경진 무소속 의원 블로그

홍영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집권여당 두번째 원내사령탑을 지냈으며, 이인영 현 원내대표의 전임자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 초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5대 원칙' 파기, 뒤이은 '7대 인사원칙 꼼수' 논란의 여파가 멎지 않는 등 야권의 '인사 참사' 공세가 거셀 때 여권 수뇌부에 몸담았던 인물로서 '뒷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발언은 여권의 고위공직자 인물난이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 탓'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어서 소위 '내로남불'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동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공세로 낙마한 사람은 문재인 정권에서 한명도 없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1명이 본회의 표결까지 가서 부결된 사례만 있다. 이명박 정부에선 4명(지명자 23명 중 4명·17.4%), 박근혜 정부에선 1명(지명자 11명 중 1명·9.1%)이 각각 청문회 과정에서 자진사퇴했다.

자료 출처=김경진 무소속 의원 블로그

홍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가 돼 부인과 아들·딸, 친인척까지 검찰 수사대상이 되면서 검찰이 개입하게 됐다"며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국가적인 소모 과정이 돼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서면 축사에서 "조국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한 마디로 최악이었다"며 "후보자 검증 권한이 검찰 수사와 가짜뉴스에 휘둘리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또 "도입 취지를 무색케 만드는 인신 공격과 흠집내기, 후보자 일가에 대한 사생활 침해 등이 난무하며 역량 검증이 아닌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며 "오로지 정치 공세만이 가득했다"고 청문회 절차에 관한 불만을 터뜨렸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청문회 단골 메뉴'로 삼던 도덕성 검증이란 칼날을 자유한국당 등 현 야권이 들이대자, "신상털기" "정쟁"으로 치부하며 '정책검증과 분리하자'는 주장을 편 셈이다. 도덕성 검증을 부정하고 정책검증을 앞세우는 논리는 조 전 장관도 후보자 시절 전개한 바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0월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토론회 '국회현장의 목소리, 인사청문회 이대로는 안된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장병완 대안신당(가칭) 의원, 홍영표 민주당 의원, 김종민 민주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회는 홍 의원과 같은 당 김종민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를 지낸 대안신당(가칭) 장병완 의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공동개최하고 발표 및 토론에 참여했다.

홍 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조국 사태' 내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 전 장관을 열렬히 비호했던 김종민 의원이 발표에 나섰다. 토론자들은 현행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와 정쟁에 치우쳤다면서,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분리하고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실시하자는 등 여권발(發) 제도 정비론에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한 채 진행된 토론으로, '반쪽짜리' 논의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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