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종명 의원 인용해 지적..."군인권센터 홈페이지엔 바로잡고 올려" 정황도
군인권센터 "조작의혹은 전형적 물타기" "문건 검찰에도 존재한다" "군 내부서 못찾는 건 당연"

군인권센터는 지난 10월21일 <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는 문건을 추가 폭로하면서 지난해 7월 공개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보다 한달 앞서 제작된 '원본'이라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 문서 PDF파일 캡처)

친여(親與)단체 '군인권센터'가 최근 옛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 2017년초 '탄핵 촛불'을 무력진압하고 친위쿠데타를 계획했다며 추가로 들고 나온 이른바 '계엄령 문건'이 겉표지부터 기무사의 '기(機)'와 같은 기초적인 한자를 틀리거나 촛불을 "쵯불"이라고 표기한 것으로 23일 드러나 조작 시비가 일고 있다.

군인권센터 측은 진실공방이 시작된 뒤에야 "원문을 그대로 필사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조작 의혹을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이 단체는 당초 지난 21일 국회 기자회견 등에서 <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는 문건을 폭로하면서, 2017년 3월초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을 수일 앞두고 기무사에서 생산하고 두달여 뒤 문재인 정부 출범일(5월10일) 행정안전부 전산시스템에 등록한 것으로 확인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보다 한달 앞서 만들어진 원본을 '발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개된 것은 한차례 '작성' 과정을 거친 문건이었던 셈이다.

앞서 이날 조선일보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을 인용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들고 나온 이른바 '촛불 계엄령 문건'에 표지부터 오자(誤字)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 소장은 이 문건을 작년(7월)에 공개한 원본이라고 주장했지만 표지부터 오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군인권센터가 21일 처음 공개한 문건 표지에는 작성 주체가 '國軍幾務司令部(국군기무사령부)'로 돼 있는데, 이는 '機(기)' 자를 '幾' 자로 잘못 썼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문제의 표지를 국정감사 현장에서 배포까지 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웹사이트에 해당 자료를 올리며 표지의 오자를 뒤늦게 바로잡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선일보는 지적했다. 이종명 의원 측은 이 신문에 "표기가 잘못됐음을 뒤늦게 알고 다른 버전의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린 셈"이라며 "분명히 '원본'이라고 했는데 표지부터 자신들이 만든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감 당시 문서의 출처를 물었지만 임 소장은 '공익 제보'라고만 했다"며 "진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신문은 군(軍)에서 자체 검토한 결과 "전체적인 틀에서 봤을 때, 안보지원사의 문서가 아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안보지원사 문서와 형식이 유사하지만, 내부 문서와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군인권센터는 "이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를 통해 21일 공개한 문건이 재(再)가공자료라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전형적인 물타기이며 가짜뉴스"라고 반박문을 냈다.

이 단체는 "문건에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표시가 다수 기재돼 있어 원문을 그대로 필사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했다"며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것은 인권단체의 당연한 책무이며 문건은 검찰에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이 '문건을 내부 문서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전언에 대해서도 "생산단계부터 고의적으로 군사 보안규정을 위반해 생산된 문서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계엄령 문건 TF는 존재를 알 수 없도록 기무사 본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별도로 꾸려졌다"며 "군 인트라넷, 기무사 인트라넷에 연결되지 않은 노트북에서 작업했고 비인가 USB로 작업했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0월21일 <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위쪽)이라는 문건을 추가 폭로하면서 지난해 7월 공개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아래쪽)보다 한달 앞서 제작된 '원본'이라고 주장했다. 두 문건 중 전자에선 촛불 집회를 '쵯불' 집회라고 오기한 부분도 발견됐다.(사진=문서 PDF파일 캡처)

한편 임 소장은 21일 <현(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공개하면서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문건 작성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한대행 직무가 개시된 이후 2016년 12월 9일, 2017년 2월 15일, 2월 20일, 세 차례 NSC에 참석했다"는 게 그 근거였다. 세 날짜 중 첫번째는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 통과일이고, 두번째는 북한 정권의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 '북극성-2형'발사(2월12일)와 북한 김정은의 이복 형인 김정남 VX독살사건(2월13일)이 발생한 직후였다. 세번째 날짜의 NSC에서 황 당시 권한대행은 김정남 암살의 배후를 김정은 정권으로 확신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또 <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은 '현상 진단' 란에서 장외 집회 세 대결에 관해 "태극기 집회 : 13회 연인원 1,000만 여명 / 쵯불 집회 : 16회 연인원 1,325만 여명"이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탄핵 찬성 16차 촛불집회는 당해 2월18일, 탄핵 반대 13차 태극기 집회는 2월19일 열려 원본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태극기 집회 이후 작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가 원본이라고 지칭한 이 문건은 행안부 '온나라시스템'에 등재돼 있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대비계획 세부자료>에서 위수령-경비계엄-전시계엄 순 선포 절차를 빠지지 않고 적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계엄 선포' 관련한 내용만 집중적으로 적시돼 있다. 황 대표를 겨눈 계엄령 문건 개입설에 한국당은 "100% 날조"라며 22일 서울중앙지검에 임 소장에 대한 명예훼손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상황이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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