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정상회담 결과..."접경지 30km 이상까지 쿠르드민병대와 무기 철수"
"터키군-러시아군 합동순찰도 진행, 쿠르드 노동자당-민병대 몰아내고 시리아 난민 귀환 촉진"
러시아 중동 입지 확대하는 동안 '올해만 20번째' 러 군용기 우리나라 방공식별구역 유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 철군을 강행하고 나선 동안 러시아가 미군을 대신해 시리아 북동부에 병력을 파견키로 터키와 합의했다. 터키 정부에 의해 본래 살던 지역에서 쫓겨날 위기에 몰린 쿠르드족은 미국의 유명무실한 휴전 중재에 이어 러시아의 개입으로 '완전 철수' 대상이 됐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6시간30분에 걸친 정상회담 가진 결과, '오는 23일 정오 이후 150시간 내'로 쿠르드민병대(YPG)와 무기를 시리아 북동부-터키 접경의 이른바 '안전지대'에서 국경 밖 30km 이상까지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러·터키 양국 군이 시리아 내 터키 군사작전 구역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150시간 이내에 모든 테러세력인 YPG와 중화기들은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km 밖으로 철수해 제거돼야 한다"며 "내일(23일)부터 우리의 프로젝트를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터키군과 러시아군이 연장 10km에 걸친 시리아 내 터키의 군사작전 구역에서 합동 순찰을 할 것"이라며 "이번 작전 목표는 터키 내 쿠르드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YPG를 안전지대에서 몰아내고 시리아 난민 귀환을 촉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양국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자회견 뒤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담은 10개 항의 양해각서를 각각 낭독했다. 양해각서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말한 내용이 명시됐다. 각서는 러시아와 터키가 합의를 이행하는 지 감독하고 검증할 공동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도 전했다.
이번 합의로 러시아는 미군이 떠난 시리아 북동부에 군대를 파견하고 시리아는 물론 중동 전역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한층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러시아가 터키의 쿠르드족 축출에 개입하는 동안 앞서 22일(한국시간) 러시아 군용기 6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려 6시간가량 무단 진입해 동해 울릉도, 서해 태안, 남해 이어도 등에 걸쳐 구석 구석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한국 공군 전투기 10여 대가 대응 출격했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타국의 항공기가 영공을 무단 침입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설정된 구역이다.
러시아 군용기들은 지난 7월23일 카디즈는 물론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했고 8월8일에도 카디즈 안으로 비행하는 등 올 들어 20차례나 카디즈를 침범했다. 최근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한·미·일 3각안보공조는 물론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동북아 등 핵심 전략요충지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신고립주의 행보는 냉전 이후 30년여 유지돼 온 미국 일극체제를 약화하고, 러시아·중국 등 구(舊) 공산권의 패권주의 부활을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