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前국방장관 연설문 작성자 주장
트럼프, 취임 초 한국, 일본, 독일 지목해 “거대한 괴물(big monster)”
트럼프에게 '동맹'은 비용 많이 들어가는 '괴물'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근본 이해시키려 노력
트럼프 "무역협정은 범죄적(criminal)...한국과 일본이 미국 이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 백악관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오랜 동맹국들에 대해 “거대한 괴물(big monster)”이라고 맹비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회의에 실제 참석했던 이의 생생한 경험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관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어 주목된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문 작성자로 가까이서 주요 일정을 함께 소화한 가이 스노드그래스(Guy Snodgrass)는 지난 21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오는 29일 자신의 저서 '홀딩 더 라인(Holding the Line: Inside Trump's Pentagon With Secretary Mattis)' 발간을 앞두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관련 발언들이 나오게 된 경위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해 매티스 장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을 때부터 두 사람 간의 파열음이 예고됐다.

당시 매티스 장관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외교안보의 근본을 이해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평소 매티스 장관을 신임했기 때문에 이날 ‘강의’에 가까웠던 브리핑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고 한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미국의 외교안보적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매티스 장관은 브리핑 후반부에 이르러 한국과 일본을 언급하며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60년 동안이나 두 나라의 평화 유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한국이 평택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부담하고 일본도 미 해병대가 오키나와에서 괌으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이 동맹관계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 미 해병대의 괌 이전 비용 나머지는 누가 부담하느냐”면서 일본이 일부만 부담한다는 것에 대해 역정을 냈다. 이어 “우리의 무역협정은 범죄적(criminal)”이라며 "일본과 한국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이 슬라이드를 넘겨가면서 브리핑한 내용과 관련이 없는 반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이 모두 끝난 뒤 또 다시 “지난 수년간 한 거대한 괴물(one big monster)이 만들어졌다며 ”일본, 독일, 한국 등 우리 동맹국들에게 이 책상 위에 있는 어떤 누구(나라)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설계한 국제질서에서 핵심 동맹국들인 한국, 일본, 독일 등을 이 같이 불필요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괴물’인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를 목도한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장관의 브리핑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반응만 시종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가 몇 일 전 다녀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를 자신도 따라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