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與 특위서 "금강산 시설 낡은 건 사실이고 관광 부진도 있다" 北대변..."연말 이전 대화 계기" 기대도
통일부 오전에는 "北 요청시 협의계획"...靑 "금강산 관련 더 드릴 말씀 없다" 극구 말 아껴
"평화경제 거부인지 판단 못한다, 할말 없다"던 靑 '철거 협의로 소통 기대하나' 질문에 "부인 않겠다"
'시설철거 협의과정을 소통 계기라 볼 수 있나' 지적엔 "부인 안했다고 Yes라면 과한 해석" 발뺌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10월22일 내년도 정부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이른바 남북간 "평화경제"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으나, 이튿날인 10월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정부가 설치한 금강산 시설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 북한 '김정일 체제' 당시 현대 아산을 비롯한 남측 기업들이 추진해 왔던 금강산 사업이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오른쪽 사진은 고성항 내 남측이 설치하고 북한이 동결 조치한 해금강 호텔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과거 한국정부에서 설치해 준 금강산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이라며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23일 북한 관영선전매체들이 전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전날(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도 정부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측과의 "평화경제"를 강변한 지 만 하루도 안 돼 일어난 일로서, 정부·여당의 친북(親北)노선이 한층 힘을 잃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대북 대응방안은 물론 북측의 평화경제 거부 메시지 여부에 대해 극히 말을 아끼고 있다.

앞서 대북(對北) 주무부처인 통일부에서는 이날 오전 김연철 장관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입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을 좀 해보고 정확한 맥락에 대해 파악한 뒤 통일부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오전 10시30분 정례브리핑에서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지시) 관련 사항에 대해 북측이 요청할 경우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남북 합의의 정신, 금강산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월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정책간담회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특위 위원장인 심재권 의원(왼쪽)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연철 장관은 특위 비공개 회의에선 "북이 남쪽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는데 금강산 관광도 그 일환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문재인 정권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별다른 비핵화 조치 없이 남측에 '미국 눈치 보지 말라'며 금강산관광 무조건 재개를 종용해왔지만 이제는 기대를 접은 모양새다.

김한정 의원에 따르면 김연철 장관은 "현재 남북관계 상황은 엄중하다. 결코 좋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남북관계에는 아직도 중요한 협력의 공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미(미북) 관계든 남북관계든 연말 이전에 한두 번의 중대한 대화의 계기가 올 것"이라며 "그 계기를 놓치지 말고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금강산에 있는 우리 시설은 이미 10년 정도 경과하는 과정에서 유지·관리가 안돼서 많이 낡은 것은 사실"이라며 "또 우리가 꼭 대북제재 때문만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없는 금강산 관광에 대한 그간의 부진도 있다"며 김정은을 대변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통일부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은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한 데 대해, 김정은이 선대(先代)독재자 김일성·김정일을 공개 비판했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이날 청와대에서는 통일부 공식입장 외의 "다른 입장을 더 추가로 낼 것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 중 기자들을 만나 "일단은 (김정은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향후 계획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는 게 먼저일테고 협의할 수 있는 부분들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화경제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지 하루 만에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지시가 나온 데 대한 입장' 질문에는 "이것이 대통령님 말씀에 대한 호응인지 아닌지를 저희가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대통령의 말씀에 대한 호응인지 아닌지까지는 저희들이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조선중앙통신 보도 내용이 청와대에 어떤 방식으로 보고됐는지, 김정은 지시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금강산 관련해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북측이 금강산 관광시설 내 설치된 이산가족 면회사무소마저 철거한다면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여지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추가적으로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금강산 남측 시설 폐기 관련 협의과정이 남북간 소통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는 않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시설 철거과정의 협의를 남북대화 긍정 조짐으로 보기엔 온도가 안 맞는 것 같다'는 다른 매체의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자를 수도 없기 때문에 '예스'도 '노'도 아닌 대답을 드린 것"이라며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예스라고 하면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응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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