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北 SLBM 발사가 확인시켜준 다섯가지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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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0.23 10:31:26
  • 최종수정 2019.10.24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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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세 뒤에서 군사력 키운 北...평화에 취한 韓 미사일 방어체계는 점차 무력화
망령처럼 떠도는 北 주장‘조선반도 비핵화’...北 위협하는 주한미군 제거하자는 것
장밋빛 전망 빠진 文정부, 北의 SLBM 발사로 완전히 무너졌다...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야 할 때

북한은 지난 5월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한 이래 넉 달 동안 무려 11차례에 걸쳐 방사포나 미사일을 쏘았고, 10월 2일에 쏜 것은 ‘가장 핵무기다운 핵무기’로 불리는 잠수함발사탄(SLBM)’이었다. 이렇듯 2018년 북한의 평화공세 이후 2년이 지나도록 북핵 문제가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미국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마땅치 않아 보이는데다 한국 정부는 아예 손을 놓은 모습이다. 어쨌든 북한의 ‘미사일 발사쇼’는 적어도 다섯 가지의 팩트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평화공세 뒤에서 안보리결의 위배 지속

첫째, 북한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평화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이후에도 뒤로는 안보리결의와 9·19 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위배하는 핵 활동을 해왔음이 분명하다. 안보리결의 1695호(2006)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1874호(2009)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다. 남북군사분야합의서는 “군사긴장 완화와 평화를 위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의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평화공세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10차례의 정상회담을 벌이는 동안에도 북한은 미사일 개발과 핵물질 생산을 계속했고 함박도에 군사시설을 건설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안보리결의를 무시했다. 안보리결의 2094호(2013)에는 북한의 위배 시 자동적으로 ‘추가적인 중대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트리거(trigger)’ 조항이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SLBM 발사 이후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지 않았다. 소집한 것은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이었고, 결국 안보리는 의장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둘째, 북한의 신종 공격무기의 등장으로 한국의 미사일 방어(MD)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선보인 무기는 신형 대구경 방사포(사거리 250km 이상), 초대형 방사포(400km), 확산탄 미사일 (북한판 에이테킴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북극성 3호 SLBM 등이다. 현재 한국의 미사일방어 체계가 유효고도 15~20km 정도인 PAC 요격미사일과 미군이 운용하는 유효고도 150km의 사드(THAAD)가 전부인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미사일 파워가 이미 한국의 방어능력을 압도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특히, 이스칸데르와 SLBM은 방어돌파 능력이 우수한 공격무기다. 러시아가 미국이 유럽에 구축한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해 제작한 이스칸데르는 변칙기동으로 요격미사일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줄인 것인데, 러시아가 이 미사일을 북한에 제공했거나 북한이 러시아 기술로 자체 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SLBM은 잠수함의 은밀성과 침투성으로 인하여 날아오는 거리와 방향을 예상할 수 없는 공격무기여서 방어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냉전시절 동안 SLBM은 응징보복의 성공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무기로 인정되었고, 전략가들은 SLBM을 핵전쟁을 억제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무기(the most stabilizing nuclear weapon)’로 불렀다. 북한 만이 핵을 보유한 비대칭 상태의 한반도에서 북한이 보유하는 SLBM은 한국의 일방적 취약성을 극대화시키고 북한에게 ‘무제한적 갑질’을 보장해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한미동맹 무력화를 통한 적화통일 여건 조성’이라는 북한의 대남전략이 불변임을 재확인해주었다.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들이 이미 차고 넘치는 상태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과 SLBM을 개발하는 데에는 다른 대미(對美) 용도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협상용이다. 북한으로서는 서둘러 강력한 핵능력을 보유함으로서 대미 협상에서의 고지를 점하고 핵능력의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여전히 강력한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북한은 ICBM과 SLBM을 강력한 자위(自衛) 수단으로 간주한다. 즉, ‘상호취약성’을 확보함으로써 미국과 북한이 ‘서로 건드리지 못하는’ 관계가 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ICBM과 SLBM이 미국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한미동맹을 무력화시키고 적화통일의 여건을 조성하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7년 동안 북한이 괌과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을 위협한 것은 미국과 핵전쟁을 각오한 언행이 아니며 이보다는 한미동맹 이완을 노린 ‘계산된 광기(狂氣)’ 게임이었다. 북한의 이런 핵게임은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친북·친중·탈미·반일 행보에 진저리를 내는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부를 향해 “우리가 이런 한국을 지켜주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핵공격 위협까지 받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여전히 한반도를 떠도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망령

넷째, ‘조선반도 비핵화’의 망령이 여전히 한반도 상공을 떠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골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모든 위협이 먼저 제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철폐되고 연합훈련도 영국 중단되어야 하고, 여차하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무력화도 요구할 수 있다. 때문에 북한은 그 어떤 합의나 공동성명에서도 ‘조선반도 비핵화’와 동의어로 간주되는 ‘한반도 비핵화,’ ‘denuclearization of Korean peninsula’ 등의 표현을 수용했을 뿐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수용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에 근거하여 ‘나쁜 스몰 딜(bad small deal),’ 즉 핵능력의 일부만 포기하는 것으로 대미관계 정상화와 대북제재 해제를 얻어내는 ‘가짜 비핵화’ 협상에 집착해왔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가짜 비핵화’ 제안을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었고, 이후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라고 한 것도 가짜 비핵화를 수용하라는 것이었다. 10월 5일 스톡홀롬 대화가 결렬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고, 북한의 SLBM 발사 직후에 유엔안보리가 소집되자 10월 7일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안보리에서 문제삼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를 반복한 것이었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

다섯째, 문재인 정부의 무대책도 재확인되었다. 북한이 여전히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를 앞세우고 북핵 해결을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뜨리고 있는데도 문 정부는 장밋빛 전망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라는 말을 반복해왔다. ‘한반도 비핵화’란 한국 국민에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인 양 들릴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조선반도 비핵화’로 번역된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정부라면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북한의 결의 위배를 따졌어야 했고, 동맹 차원에서의 확대억제(extended deterrence) 강화와 독자 차원에서의 3축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했으며,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의 신종무기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여야 했다. 평양에 대해서도 ‘조선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를 요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런 중에도 축소지향 국방개혁, 전작권 조기 전환, 한일 지소미아 종료 등 스스로 안보역량을 해치고 외교고립을 자초하는 문 정부의 ‘역주행’은 줄기차게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북핵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국민이 나서야 할 판이다. 이런 것들이 북한의 SLBM 발사가 확인시켜준 팩트들이었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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