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앞서 "남북문제 잘돼야" 문희상 의장 발언에도 침묵...黃 "역시 불통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5부 요인과 국회의장단, 여야 지도부와 환담하던 중 제1야당 대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 구설에 오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앞서의 '조국 사태'로 크게 분노한 민심을 대변하며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자 답변하지 않고 넘긴 것이다.

이날 오전 국회 본관 3층 의장접견실에서 진행된 환담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문희상 국회의장과 먼저 "2017년 출범 직후 일자리 추경 때문에 국회에 온 것을 비롯해 시정연설은 이번이 네 번째"라며 경제정책 및 남북문제 관련 대화를 했다. 그러던 중 황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게 한 부분은 아주 잘 하신 것 같다"고 대화를 청하면서 "조 전 장관을 임명한 그 일로 인해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화가 많이 난 것 같다"며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22일 오전 국회 본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0월22일 오전 국회 본관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진행된 내년도 정부예산안 시정연설 사전 환담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황 대표 발언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돌연 함께 있던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원에서도 법원 개혁안을 냈죠"라고 말을 건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한 말씀(해달라)"고 했다. 이른바 '법원개혁'은 문 대통령의 관심 현안으로,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범죄 혐의를 둘러싸고 검찰의 강제수사가 전개되자 집권여당 측에서 갑자기 꺼내 든 구호다.

이에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에서 10월에 법원 현안 관련 법 개정안을 냈다"며 "정기국회에서 개정안과 제도 개선안 관련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입안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평소 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면 대통령의 인기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이 자리에서 조언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런데 뭐 워낙 전천후로 비난들을 하셔서…"라며 소리내 웃었다는 게 환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은 문희상 의장이 현재 경색된 남북 관계와 관련 언급을 했을 때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의장은 "남북 문제가 잘 되면 우리 민족이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의회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통령이 깊이 생각해 신경 써달라"고 말했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북 대화와 남북 관계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해 왔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곤란하거나 불편한 말에는 대답을 꺼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방향 소통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진다는 지적이다.

황 대표는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 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에서 조국 장관 임명으로 인해 국민들께서 마음이 많이 상했으니 대통령이 직접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역시 불통이었다. '조국 대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한 마디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시정연설 내용에 관해서는 "요약하면 결국 빚을 내서라도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외교·안보 정책 전반적인 총체적 실패에 대해 반성은 단 한 줄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재정 분야 관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금 퍼붓겠다는 구상 말고는 비전과 정책이 없는데, 이런 대통령을 믿고 경제를 맡길 수 있는지"라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대북 정책에 관해서는 "남북관계에 대해 '2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라'고 했는데, 올해만 북한이 미사일과 방사포를 11차례 발사했고 핵무기를 잠수함에 실어 발사할 수준으로 발전시켜 놨다"며 "이 상황이 과연 2년 전보다 더 낫다는 것이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대표는 특히 문 대통령의 검찰장악 집착을 거듭 드러낸 데 대해 "검찰이 다른 것은 몰라도 지금 (조 전 장관) 수사를 잘하고 있는데 그것을 막겠다며 검찰개혁 운운하고 있다"며 "'기·승·전·공수처'로 가짜 정의, 가짜 공정의 하이라이트를 찍었다"고 혹평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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