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22일 출국 전 日대사 만나 "단 한번 방문으로 모든 것 해결되진 않겠지만 한걸음 나아가길"
나루히토 새 일왕과 인연 강조도..."아키히토 상왕 즉위식 특파원 취재 29년 만에 정부대표로 참석"
李, 오는 24일 아베 日총리 회담후 귀국 예정...나루히토 "헌법 의거 日 국민통합, 세계평화 진력" 선언

지난 5월1일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일본 천황(이하 일왕) 즉위선언식이 22일 오후 진행되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 행사 참석을 위해 당일 일본방문에 나섰다. 이번 방일(訪日)에서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에게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타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일 정상회담 제안이 이뤄진다면 그 일정은 오는 11월23일 양국간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종료되기 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뒤따르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 6시20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해 도쿄에 도착했다. 일왕 즉위식이 끝난 뒤 오는 24일 아베 총리와 면담을 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냉각된 한일 관계를 풀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일본의 정·재계 인사들도 만나 우호적인 한일 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시도에 나설 계획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2박3일간의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차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22일 2박3일간의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차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총리는 이날 출국 전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20여분간 가진 면담에서 "단 한번 방문으로 (한일 관계)의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정운현 총리비서실장과 이석우 공보실장이 전했다.

이 총리는 "상왕 즉위식을 특파원으로 취재했고 이번에 정부대표로 참석하게 됐다"며 "귀중한 인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나루히토 일왕을 황태자 시절 브라질에서 만났는데 그 따뜻함에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레이와(令和·일본의 새 연호) 시대에 일본 국민들이 활기차고 행복하길 기원한다"고 축원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일왕 즉위선언식 참석차 대통령 전용기로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뒤 돌풍에 뒤집어진 우산을 들고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22일 일왕 즉위선언식 참석차 대통령 전용기로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뒤 돌풍에 뒤집어진 우산을 들고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총리는 1990년 11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시절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즉위식을 보도 한 바 있다. 나루히토 일왕 부친의 즉위식을 보도했던 이 총리가 29년 후 아들의 즉위식에 총리 신분으로 참석하게 된 것.

이 총리는 국회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을 맡는 등 일본과 인연을 이어온 국내 '지일파(知日派)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가 총리로서 일본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총리는 일본 정·재계에 발이 넓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면담할 인사들에 대한 최근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이 총리는 오는 24일 아베 총리와 회담한 뒤 저녁 중 귀국할 예정이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10월22일 오전 도쿄의 왕궁 규추산덴 중 가시코도코로에서 즉위 예식을 끝낸 뒤 걸어가고 있다. 가시코도코로는 일본 왕위의 상징인 삼종신기(거울·검·굽은구슬) 중 거울(야타노카가미)을 모셔둔 곳이다.(사진=연합뉴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10월22일 오전 도쿄의 왕궁 규추산덴 중 가시코도코로에서 즉위 예식을 끝낸 뒤 걸어가고 있다. 가시코도코로는 일본 왕위의 상징인 삼종신기(거울·검·굽은구슬) 중 거울(야타노카가미)을 모셔둔 곳이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일본 국영방송 NHK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도쿄 황거(皇居·고쿄·일왕 거처)에서 진행된 의식에서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고 국민에게 다가서면서 헌법에 의거해 일본 및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국민의 예지(叡智)와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나라(일본)가 한층 더 발전해 국제 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친 아키히토 상왕이 1990년부터 지난 4월말까지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시며, 어떠한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그런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셨다"며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루히토 일왕의 메시지는 아키히토 상왕이 즉위 2년 차에 발표한 내용에서 '세계의 평화' 등 단어가 추가로 등장했고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점 또한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NHK는 나루히토 일왕이 지난 2월 기자회견이나 5월1일 즉위식에서 한 발언 등에서 이러한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날 행사는 아베 총리 등 일본 내각 각료들과 약 180개국 대표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내빈들이 참석하기 전인 이날 오전 9시부터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는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선언식에 이어 축사를 한 뒤 즉위 축하 만세 삼창을 했다. 그는 축사 중 "자부심이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 사람들이 아름답게 마음을 모으는 가운데 문화가 태어나 자라는 시대를 만들어 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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