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역량 갖춰...미군 지휘부가 핵무기-핵우산 제공 통제 권한 행사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점령군’ 발언 결코 잊지 못할 것”
“北목표는 한국을 김정은 체제 아래 두는 것...군사력 사용해 한국인 죽일 준비 돼 있다”
“文정부 지소마이 파기는 北中의 한미일 동맹 파괴 목표 달성 돕는 것”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VOA)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VOA)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2일 공개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시작전권이 한국에 이양될 경우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벨 전 사령관은 “북한 핵무기는 한국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을 터무니없고 황당한 주장”이라며 “높은 수위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 전 사령관은 VOA에 “지난 6~7년 동안 북한은 더욱 위험해졌다”며 “추가 핵실험을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 역시 한동안 실험하지 않았어도 여전히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지냈다. 벨 전 사령관은 “내가 전작권 전환 중지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2013년 이후 북한의 핵무기 운반 역량은 상당히 진전됐다”며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 역량을 갖게 된 이상 주권과 지휘통제권을 완전히 확보하고자 하는 정치적 고려보다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며 “미군 지휘부만이 핵무기와 핵우산 제공을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모든 작전을 수행하다 핵전쟁 상황이 되면 미국이 마치 마술처럼 핵우산을 들여오는 시나리오는 군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북한은 이런 지휘통제체계를 허점으로 여길 것이고, 핵우산 반격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 전 사령관은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 시 미군 4성 장관이 한반도에서 핵무기 대응 결정을 비롯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고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모두에게 보고하는 체계가 훨씬 믿을만한 억지력을 제공한다”며 “즉 한미 연합군의 모든 군사 역량을 통솔하는 단일 지휘체계인 ‘노력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군이 재래식 전쟁을 지휘하고 미군은 핵무기 대응을 지휘하는 것은 ‘역량의 분리’이자 ‘지휘통제의 분리’”라며 “이는 위험과 불확실성만 높인다”고 했다. 북한 지도부가 한미 동맹군의 재식 전략과 핵 전력이 나뉘어졌다고 판단하고 이를 약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벨 전 사령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주한미군에 대해 ‘점령군(occupiers)’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 여전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복무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매우 적극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했고 심지어 내게 미군을 한국에 대한 ‘점령군’으로 표현했다”며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극도로 기분이 상했다. 훌륭한 동맹국의 지도자로부터 그런 표현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노 대통령은 그렇게 느꼈던 것이고 우리는 최대한 이를 수용하려고 했다. 전작권 전환이 바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나는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동족인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터무니없고 황당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벨 전 사령군은 “북한은 한국이라는 독립체와 한국군을 혐오한다”며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북한이 한국군과 민간인을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목표는 한국을 김정은 체제 아래 두려는 것”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고 사람들을 죽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에서도 봤듯이 가장 근래에 한국민을 죽인 당사자도 북한이며, 북한 정권 아래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오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기꺼이 한국 민간인과 군인을 죽일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막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는 유일한 길은 동맹의 강력한 억지력 뿐”이라고 강조했다.

벨 전 사령관은 “북한은 이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 러시아 등과의 불법 거래를 통해서만 연명하고 있으며 단거리 재래식 무기 실험 외에는 새로운 실험을 하지 않고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북한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 때문이며 중국이 실제로 북핵 협상의 타결을 원할 때까지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한미연합훈련은 필수적”이라며 “한미 지휘부 간 높은 수준의 연합훈련과 전쟁수행 훈련을 통해 양국의 위기 대응을 동기화하고, 가용한 전력의 동원 방식을 이해하며, 전쟁 수행의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전력 증강 역량을 시험하는 한편 핵우산과 같은 핵 사용 옵션 등과 관련해 군 최고위급 지휘통제조직을 시험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끔찍한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해 아직 화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슬프게 느낀다”며 “두 나라 지도자들은 지금 새로운 위험을 만들고 있고, 한미일 동맹과 조율을 갈라놓으려는 북한과 중국의 목표 달성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정보 공유는 극도로 복잡해지고 한미일 세 나라가 일관성 있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훨씬 어려워진다”며 “직면한 위협을 효율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논리적 판단을 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미국이 실제로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북한이 괌, 하와이, 심지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쏠 때 한국이 참전해야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이 그렇게 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는 지지 않지만 미국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죽을 각오까지 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정치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미국의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는 상상하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럴 경우 미국은 동맹의 지속 여부를 재고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순전히 추정일 뿐이며 북한이 괌에 주둔하는 미군을 공격했는데 한국이 동맹의 일원으로서 군사 작전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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