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57일만에 '멀쩡하게' 모습 드러낸 정경심...송경호 판사가 영장실질심사 담당
정씨에 11개 범죄 혐의 적용한 검찰, 상당수 물증·자료 확보해 구속 영장 확신
관련법령 어긴 증명서 제출 등으로 정씨가 수감 생활하는 데 건강 문제 없을 거라 판단
정씨 구속 여부, 향후 조국에 대한 검찰 수사에 상당한 영향 미칠 듯
송경호 판사 성향 불투명...美대사관저 침입한 종북 대학생 구속 기각한 반면 ‘사모펀드’ 연루 윤규근 총경은 구속
구속 결정 때까지 법원 앞서 '구속 촉구' '기각 촉구' 집회 동시 열려...'대깨문'들, 심사 소식 10분 만에 집회 조직

조국 부인 정경심. (그래픽 = 김종형 기자)

범죄 피의자로 장관에까지 올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23일 열렸다. 정씨는 이날 오전 10시12분경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8월27일 이후 57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송경호(49·사법연수원28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21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씨의 구속심사를 23일 오전 10시 30분 담당한다. 정경심은 이날 흰색 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고 갈색 뿔테 안경을 쓴 채 법원 청사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남긴 말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한 마디였다. 뇌종양을 호소하다 검찰 수사 57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경심은 법원 청사로 별 문제 없이 빠르게 걸어들어갔다. 정경심은 그동안 7차례 검찰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을 때는 드러나지 않은 통로를 이용했지만, 이날은 법원 정문으로 들어와 취재진에 노출됐다. 연합뉴스 등 몇몇 매체는 고위공직자 출신 조국과 같은 범죄 피의자인 정경심의 얼굴을 모자이크 등으로 가려 보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씨에게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불법투자, 증거인멸 교사 등과 관련해 모두 11개 위법 혐의를 적용했다. 2개월 가까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검찰은 정씨 혐의를 증명할 물증과 자료를 확보해 구속 영장 발부를 확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심은 조국 일가가 받고 있는 세 가지 줄기 의혹들(사모펀드, 웅동학원, 자녀 입시 및 학사비리)에 깊게 연루돼 있고, 검찰 수사 이후로 증거인멸 정황이 들통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14년 전 다친 두개골과 오른쪽 눈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입원 이후에도 논란성 페이스북 글을 게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인적, 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며 법원에서 정경심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충분히 설명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정씨가 수감 생활을 하는 데 건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심 측은 7차례 있었던 검찰 비공개 소환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변호인단이 "정경심 교수가 뇌종양과 뇌경색을 앓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단서를 제출했지만, 해당 진단서에는 병원명이나 의사명 등이 적히지 않아 '조작' 논란도 일었던 바 있다. 검찰은 정경심이 뇌종양을 앓고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경심 측은 진단서를 다시 내지 않았다고 한다.

정경심에 11개의 혐의가 적용됐고, 변호인단과 검찰 입장차이가 확연한 만큼 영장심사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경심의 구속여부는 남편인 조국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혐의 대부분이 조국을 공범으로 암시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정경심의 구속여부와 관계없이 조국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정경심 구속 여부에 따라 조국 본인에 대한 구속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영장 심사를 진행하는 송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미국 대사관저를 불법 침입한 혐의를 받는 종북 성향 단체 회원 1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날 기각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진연 회원 19명은 당시 미 대사관저 안까지 월담을 통해 침입한 뒤 기습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 중 7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똑같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진연 회원 7명 중 실제 구속된 것은 4명이다.

다만 송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과 조국 일가의 사모펀드 불법투자에 연루된 윤규근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당시 심사에서 윤 총경은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방해하기 위해 나를 수사한다”는 식의 결백 작전을 펼쳤지만, 송 부장판사는 이를 묵살하고 윤 총경에게 적용된 4개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을 결정했다. 

이날 저녁에는 법원 앞에서 정경심의 구속을 촉구하거나 기각을 촉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 시민들은 지난 21일 정경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소식이 전해지고 10분여 뒤 '정경심 교수 구속영장 기각 촉구 촛불집회'를 기획해 퍼뜨렸다. 우파 시민단체 측도 이를 의식한 뒤 맞불집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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