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수술하기..."대통령부터 검찰 인사권 내려놔라"
장영수 "인사권으로 검찰개혁 주장한 조국...검찰을 정권에 대한 시녀로 만들지 않게 해야"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조정 법안도 상충돼...공수처 제 기능하도록 기능 축소해야"
금태섭 "수 십 년 동안 검찰개혁 논의만 무성...수사하고 싶으면 검사 아닌 경찰돼라"
"전 세계에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가진 공수처 같은 조직 없다"...공수처법에 거리두기
이언주 "인간의 선의지 믿지 말라...특정집단이 공수처 악용할 가능성 고려해야"
"경찰개혁 없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반대한다"..."文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장악이자 검찰파괴"
김종민 변호사 "무소불위 대통령 직속 사찰수사기구인 공수처...사법부 무력화시키는 초헌법적 권력기관"
유창종 변호사 "굳이 하겠다면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안 만들고 실행은 다음 정권으로 넘겨라"

바른사회운동연합이 한반도선진화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한 ‘검찰개혁 토론회’가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이 이언주 의원과 함께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검찰개혁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금 의원은 여당의원으로서 대놓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긴 어렵다는 듯 난처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나 공수처법이 갖는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검찰장악이자, 검찰파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대다수의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 인사권을 대통령이 내려놓는 것 부터 선행돼야 검찰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금 의원과 이 의원을 제외한 김종민 변호사, 김진오 CBS 논설위원, 이승구 변호사가 나란히 토론에 나섰다.

장영수 교수는 “조국에 대한 찬반이 검찰개혁에 대한 찬반이 됐다”며 현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검찰개혁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수 십 년 간 검찰개혁이 논의되다 말아 다시 거론하기 식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검찰개혁의 목적은 검찰을 더 이상 정권에 대한 시녀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인사권을 통해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조국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조차 무너뜨렸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교수는 “대통령이 검찰과 공수처에 대한 인사권부터 내려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키워온 근본적 배경이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조정 법안이 상충된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하고 “공수처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할사건의 범위를 축소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태섭 의원은 검찰개혁을 이 시점에 강행하려는 저의가 무엇이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검사 12년을 포함해 법조계 생활 25년을 했다. 초임 검사 때도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만 무성했다”고 말했다. 너무 오랫동안 미뤄온 만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으로 금 의원은 “유독 한국만 대선에서 검찰개혁이 빠지지 않고 언급될 정도로 검찰권력이 우리 삶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검사들이 수사하고 싶어서 검사가 됐다고들 하는데 앞으로는 경찰이 돼야할 것”이라는 발언도 했다.

반면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장악이자 검찰파괴라며 공수처법에 대해 보다 선명한 입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공수처가 인사권을 쥔 대통령 입맛대로 움직이는 사정기관일 수밖에 없다면서 “공수처가 일을 하면 할수록 검찰은 무력화될 것이고, 일을 안 할수록 자원만 낭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인간의 선의지를 믿고 선용(善用)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발상이라며 특정집단이 악용할 여지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는 공수처법을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게 이 의원의 입장이다.

특히 이 의원은 경찰개혁 없는 검경수사권조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망각하는 게 경찰개혁이다. 경찰이 권력에 예속되는 게 심지어 당연한 줄 알 정도이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까지 경찰에 맡겨선 안 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문재인 정부가 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천명한 공수처법 입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금 의원은 “진심으로 공수처 입법에 찬성하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에둘러 당청의 공수처 입법에 거리를 뒀다. 그는 “같은 당 의원들도 공수처에 대해 비판적인 제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쥔 공수처 같은 권력기관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수사권만 갖던지, 금융범죄전담과 같이 특수한 목적을 부여해 역할을 축소시키던지 한다는 것이다.

금 의원은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대통령 통제에만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한 공수처에 대해 악용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여당의원으로서 정부가 악의를 갖고 추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사정기관을 쪼개서 서로 견제시키려고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변호한 것이다. 하지만 금 의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분산시킨 수사기관끼리 대통령에게 충성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없다고 말할 순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금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공수처가 수사대상으로 못 박은 6,000명 중 3,000명이 판사이고, 2,200명이 검사, 나머지가 정치인과 권력기관장들이다. 검찰개혁위원 출신으로 순천지청장을 역임한 김종민 변호사는 “금 의원이 말했듯 공수처법은 사법부 독립에 명백한 위험요소”라고 단언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들이 군대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 대해 수사 및 기소를 할 수 있다면서 언론 자유가 우려될 정도의 막강한 권력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부패도 아닌 직권남용 등으로 판검사까지 수사한다면 그들이 권력 눈치를 보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국정원 국내정보수집 파트가 경찰로 넘어가서 청와대도 경찰로부터 정보를 취합하게 된 상황인데 검찰의 수사권까지 넘겨주는 것은 중국식 공안통치를 따르겠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오 CBS 논설위원도 현재 논의되는 수준에서의 검경수사권조정을 반대했다. 그는 “경찰 수사에 문제가 많긴 하다. 그러다보니 검찰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제법 된다”고 말하며 수사지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수통 검사로 법조계에서 널리 알려진 이승구 변호사는 “수사에 엄청난 인력과 공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수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대형사건 수사를 위해 3000명에 달하는 전국 검사들 중 100~200명이 팀으로 차출되는 점을 설명하며 현재 정부가 밝힌 공수처 규모로는 턱도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이달 안으로 통과 안 되면 큰일 날 듯 여론을 호도한다”면서 “시간을 천천히 두고 전문가들로부터 중지를 모아야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 객석 한 켠에 앉은 중수부장 출신의 유창종 변호사는 “차라리 이번 정권에서 사법개혁안을 만들되 시행은 다음 정권에서부터 한다고 약속하라”고 말했다. 그는 “수 십 년 동안 검찰 인사권 독립을 언급하지 않은 대통령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집권하면 기어이 마음에 안 드는 검사에게 비열한 수단까지 써가며 사표를 받아내더라”고 회상했다. 유 변호사는 “이번 개혁안은 경찰에 검찰 권한을 주고, 검찰 같은 공수처를 신설한다니 참으로 코미디”라며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검찰총장 이하 검사들의 임기 보장도 하지 못하는 정치권력이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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