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초 발표한 2.4~2.5%에서 2.0~2.1%로 성장률 하향 공식화
또 다시 외부 요인 탓..."대부분 국가의 성장세 둔화됐고, 美中 무역 갈등도 있었다"
재정지출 확대에 기대감 나타내..."9.3% 재정확대 결정은 어떤 선진국보다 선제적 조치"
홍 부총리 "내년 성장률 보다 좋아질 것"...이병태 "수없이 반복되는 희망고문"
홍장표와 장하성에 이어 김상조, 홍남기까지 "내년엔 좋아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정부 전망치 미달을 공식화했다. 2%대 후반에서 초반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순차적으로 낮춰온 문재인 정부는 내년 상반기 성장률은 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또 다시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1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주요 20개국 협의체(G20) 재무장관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동행 기자단과 함께 한 자리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은 IMF가 제시한 2.0%나 OECD의 2.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부총리가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한 적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수치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기재부는 지난 7월 3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했다. 경제학자들과 재계 관계자들은 2.0% 성장률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점찍기도 했다. 결국 정부가 이제야 정부 전망치를 스스로 철회하고 2.0% 성장률을 공식화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어떻게 될지 여기저기에서 물어보는데 정부는 그때마다 성장률을 내리지 않는다고 답한다"면서도 "올해 성장률은 IMF와 OECD 수준일 것이고, 내년에는 IMF 전망치에 정부의 정책 의지 등을 고려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것에 가장 큰 원인을 돌렸다. 그는 "올해 들어 90%에 해당하는 대부분 국가의 성장세가 둔화됐고, 미중 무역 갈등이 중국의 수입 수요를 위축시켰다"면서 "세계 경제 양상 및 한국과 경제 구조가 유사한 독일과 비교시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내년 상반기에는 정부의 재정확대 조치와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저희가 9.3% 재정지출 확대를 한 것은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대 교수는 "수없이 반복되는 희망고문"이라며 "정책은 反시장적인데 경기가 기적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주술 경제(Voodoo Economics)를 아직도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참사가 집권 시작과 동시에 가시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내년엔 좋아질 것이라며 반복적으로 면피해왔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현 정책실장에 이어 홍 부총리까지 '희망고문' 대열에 가담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IMF는 워싱턴 D.C.에서 한국의 중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IMF는 "여력이 있는 한국의 경우 재정정책이 경기 부양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은 세입 증가 없이 유지되기 어려우므로 세입 확보를 중장기 재정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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