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대변인실, VOA 논평요청에 "韓, 모든 주한 외교공관 보호 노력 강화 촉구"
"14개월 만에 일어난 두번째 불법침입, 강한 우려" 주한미대사관도 같은 논평
경찰,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 추가배치 등 경계강화
대진연 회원들 18일 美 대사관저 난입 당시 文대통령 주한외교단 초청 리셉션
"참석했던 해리스 대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나누다가 대통령보다 먼저 자리 떠"

지난 10월18일 종북논란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인근 주한미국대사관저에 침입해 반미시위를 벌인 모습.(사진=한국대학생진보연합 페이스북)

연이어 종북논란을 일으켜온 반미·친북(親北) 좌파 청년단체가 '치외법권'인 주한미국대사관저에 난입한 사건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가 18일(현지시간) "한국이 모든 주한 외교공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시간 19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주한미국대사관저(하비브 하우스) 난입 사건 관련 VOA의 논평 요청에 이례적으로 "촉구" 표현을 쓰면서 이같이 답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역시 대변인 성명을 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8일 오후 2시 49분쯤 반미시위를 벌이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17명이 사다리 2개를 이용해 미국대사관저를 월담했다. 다른 2명은 경찰 제지로 사전에 체포됐다.

17명은 곧 대사관저 경내로 침입한 뒤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 요구한 해리스(주한 미 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펼친 뒤 "분담금 인상을 절대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날 범행을 대진연 회원들은 지난 4일에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을 기습적으로 올라가 반미 시위를 벌인 바 있는데, 이번엔 주한미대사관을 침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시에도 이들은 "지소미아 파기 내정간섭 중단하라" "미국의 6조원 혈세 요구는 강도적 요구다" "일본과 한통속 미국은 물러나라" 등을 외치다 경찰에 전원 체포됐다.

하지만 이후 사법처리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이번 대사관저 침입 사건에서도 경찰은 1시간 넘게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뒤늦게 대진연 회원들을 체포했다.

이에 관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 사건이 14개월 만에 일어난 두 번째 (관저) 불법 침입 사례라는 점에서 강한 우려를 갖고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해 9월 한밤중 중국 국적 조선족 여성이 대사관저에 무단진입해 돌아다니다가 관저 근무자에게 적발당해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건에 이은 침입 허용임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대사관.(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국대사관.(사진=연합뉴스)

이날 경찰에 따르면 대사관저 난입 사건 이후 경찰청은 대사관저 안전관리와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대사관저에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약 80명)를 추가 배치했다.

기존에는 의경 2개 소대(약 30명)가 대사관저 경비를 맡아왔으나 앞으로 경찰관 기동대 1개 중대와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를 서게 된다. 야간의 경우 의경 2개 소대가 근무하는 체제에서 경찰관 기동대 1개 제대(약 30명), 의경 2개 소대가 함께 근무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의경과 비교해 전문성이 높은 경찰관 기동대를 현장에 배치하고 인력도 대폭 늘어나면서 고정 근무와 순찰 근무도 강화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대진연 회원 17명과 침입을 시도한 2명을 각각 건조물침입과 건조물침입 미수 혐의로 체포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노원경찰서, 종암경찰서 등으로 연행했다. 경찰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한 이유와 경위 등을 파악 중이다.

대진연 유관단체인 한국진보연대와 민노총 통일위원회는 19일 오후 3시쯤 남대문경찰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연행자들의 석방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미 대사관저 침입사건과 비슷한 시각 해리스 대사는 청와대 녹지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주한 외교단 초청 리셉션에 참석해 있었다. 리셉션에는 해리스 미 대사와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포함한 한국 주재 111개국 대사와 17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했다.
 
해리스 대사는 오후 2시 34분쯤 녹지원에 도착했고, 오후 5시 문 대통령의 환영사를 듣고 5시40분쯤 자리를 먼저 떴는데, 이는 문 대통령이 녹지원을 떠나기 전이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사가 나가미네 대사 등과 함께 앉아 있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대통령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보통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보안 등의 이유로 통신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에는 외국 사절단을 초청한 만큼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해리스 대사가 자국 대사관저 침입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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