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日 아시아프레스 12일자 기사 인용보도
"北 김여정 특사파견, 궁지 몰린 내부사정 때문일 듯"
상사 노동자 급여중단…동·아연광산 채굴도 멈춰
연료난에 軍식량운반차 운행 차질…"수레를 연료로"

북한이 최근 제재로 중국과의 무역에 타격을 입으면서 내부에서 영업을 중단한 무역회사가 속출했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1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지난 12일 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 무역을 담당하고 있던 무역회사들이 부진에 허덕여 군대의 보급에도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밝혔다.

RFA가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함경북도에 거주하는 한 소식통은 북한 내부 지방도시 여러 곳을 취재한 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이시마루 지로 대표에게 "작년 10월 초부터 영업을 할 수 없는 무역회사가 나오기 시작해 지금은 개점휴업상태가 된 회사가 많다"고 이달 초 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를 토대로 "북한 내부에서 경제제재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며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친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한국) 특사로 파견한 영향에는 "궁지에 몰린 국내 사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강성무역회사는 수남 구역의 시장 부근에 커다란 건물을 갖고 있었지만 중국으로의 수출이 멈춰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건물을 시장에 상인들에게 창고나 도매공간으로 빌려주기 시작하고 있다"고 매체에 전해왔다. 또한 "회령시에서도 강성무역회사나 동양회사 등의 출장소가 중국으로의 수출이 끊겨 사무소를 임대창고로 쓰고 있었다"는 상황을 전달했다.

평양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들은 지방도시에 지사나 출장소를 두고 광물이나 수산물, 위탁가공품 등을 현지에서 조달해 중국에 수출해 왔는데, 특히 강성무역회사는 '인민무력성' 산하의 무역회사라고 아시아프레스는 지적했다. 

소식통은 또 "내가 조사한 대부분의 무역회사에서는 사장과 경리, 경비원만이 출근하고 있었고 무역지도원이라고 불리는 직원들에게는 일거리가 없었다. 급여는 물론 쌀이나 식용유 등 현물지급도 나오지 않게 돼 있었다"며 "그래서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잡화 따위의 운반 등으로 버티고 있었다. 다만 노동자의 인원정리나 회사의 폐쇄는 아직 없어 보인다"고 매체에 전했다.

사진=일본 '아시아프레스' 2월12일자 보도 캡처
사진=일본 '아시아프레스' 2월12일자 보도 캡처

아시아프레스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양강도나 평안북도에서도 같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양강도에 있는 동이나 아연 광산은 중국에 수출할 수 없어 채굴이 거의 중지됐다. 노동자들에게는 급여가 나오지 않지만 식량배급은 아직 나오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제제재의 영향이 가장 민감하게 나타난 곳은 연료 분야라고 한다. 석유류의 엄격한 취급 제한을 예견한 것인지 북한 당국은 지난 2017년 4월 국내에서 판매통제에 들어갔으며, 그 영향으로 가솔린·경유의 시장가격이 2배로 폭등(올해 1월 기준)했다고 매체는 밝혔다.

연료비 급상승은 군대나 서민주거를 직격하고 있다. 군대에서는 국가로부터 연료공급이 전혀 되지 않아 가을 추수가 끝난 농장은 감자나 옥수수 따위를 걷어 갈 차량 운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양강도에 사는 세 번째 소식통은 "본래는 여단의 보급담당의 '후방공급소'가 차량을 준비해놓고 농장으로부터 식량을 가져가야 하는데, 연료부족 때문에 목탄차나 소 달구지를 끌어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또한 식량보급이 늦어지면서 부대에 따라서는 먹을 것이 모자라 검문소에 근무하는 군인이 주민들에게 돈을 등치는 일도 생긴다고 한다. 

양강도에서는 취사난방용 장작의 가격이 올라 서민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전언도 나왔다. 장작 가격 상승은 산에서 벌채한 나무를 도시 쪽으로 옮기는 운임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레를 길가에 세워두면 연료로 쓰려는 자들에게 도둑맞아버린다"고 소식통은 언급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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