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한 5명, 주도면밀하게 마스크, 검은 옷 입고 샴 대표 폭력한 뒤 준비한 차량 타고 도주
목격자들 “비중국계로 보였다”고 한결같이 진술...배후의 사주 받은 계획 테러일 가능성 높아
샴 대표 의식 잃지 않은 채 병원 후송...“20일 예고한 대규모 집회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
민간인권전선 “이 사건은 시위 참가자들을 위협하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킬 것”
8월에만 홍콩 민주 인사들 향해 9차례 연쇄 테러 발생

지난 16일 괴한 5명에게 테러를 당한 지미 샴 간인권전선 대표./페이스북

홍콩 대규모 시위를 이끄는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가 전날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병원으로 이송된 사실이 17일 밝혀졌다. 민간인권전선이 20일로 예고한 대규모 시위가 있기 나흘 전에 백색테러를 당한 것. 시민들 사이에선 친중 성향으로 파악되는 이 괴한들이 정부로부터 매수된 조직폭력배 혹은 사복경찰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샴 대표는 구룡반도의 몽콕(旺角)에서 괴한 5명이 기습적으로 휘두른 쇠망치와 스패너에 머리와 팔을 맞았다. 사진을 보면 샴 대표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채 거리 바닥에 쓰러져 있으며, 콘크리트 바닥 주변에도 핏자국이 흩뿌려져 있다. 샴 대표는 민간인권전선 연례총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미 달아난 괴한들의 행방을 뒤늦게 추적 중이다. 사건 발생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괴한들을 만류하려 했지만, 그들이 칼을 휘두르며 접근을 막았다고 한다. 그리고 샴 대표가 쓰러지자 미리 준비해 둔 차량에 신속히 탑승해 도주했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마스크를 쓴 괴한들이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비중국계로 보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지미 샴 대표./AP통신=연합뉴스

민간인권전선은 즉시 페이스북 등에 사건을 공개하며 “샴 대표가 야우마데이(油麻地)의 퀑와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의식은 잃지 않은 상태였다”고 알렸다. 또한 “이 사건은 시위 참가자들을 위협하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백색테러로 규정했다. 민주화 시위를 원치 않는 배후로부터 비중국계인들이 사주를 받은 계획 테러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샴 대표는 병실에서 안정을 되찾은 후 “20일 예정된 대규모 시위는 계획대로 진행된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민간인권전선이 신고한 시위 요청은 경찰 당국에 의해 거부된 상태다.

시위 참가자에 대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샴 대표와 그의 조수는 지난 8월 29일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복면을 쓴 괴한 2명이 휘두른 야구방망이에 맞았다. 8월 이후 로이 퀑 민주당 의원이 지하 주차장에서 4명의 괴한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을 포함해, 홍콩에선 최소 9명의 민주주의 인사가 연쇄 테러를 당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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