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심한 욕설도 들어"
태영호 “한국 사람들은 격분했지만 여러 사람 목숨 살린 경기”

깜깜이 중계와 무관중으로 펼쳐진 사상 초유의 경기에서 혈전을 버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큰수확"이라며 "경기 중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심한 욕설도 들었다"고 전했다.

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북한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국 측 응원단과 취재진 외신 기자의 방북을 불허했다. 외신 기자도 허용하지 않았다.

현지에 파견됐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90분동안 거친 플레이로 한국 선수들을 위협했다. 전반 중반에는 양팀 선수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손흥민은 당시 경기에 대해 "일단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 아쉬운 경기력이었던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이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일 정도로 북한이 거칠었다. 그쪽 선수들이 상당히 예민했고, 거칠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축구보다는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 핑계 아닌 핑계지만 부상 위험이 많았다"며 "상대방에게 심한 욕설도 많이 들었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는 “한국 사람들은 격분했지만 여러 사람 목숨을 살린 경기”라고 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의 북한 전문 강좌인 ‘NK 프리미엄 네트워크’에서 “13일은 북한의 체육절이다. 만약 축구에서 졌더라면 최고 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에 똥칠하는 것”이라며 “(무승부 경기로) 김정은도 살고, 북한 축구 관계자들을 살렸고, 북한 선수들을 살렸고, 우리 팀(한국 대표단)도 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가 하나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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