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해외출장 중 이례적으로 긴급 경제장관회의 소집
근본적인 경제정책 대전환 없이 둘러앉아 회의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세금' 퍼붓겠다는 엄포와 '자화자찬' 일색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
자화자찬과 달리 '9월 고용동향' 살펴보면,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 증가가 역대 최고 고용률 견인했다는 게 '맹점'
"국회 협조도 절실하다...국민 삶 개선하고 민간 활력을 지원하는 데 국회가 입법으로 함께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다수 경제 전문가들, 대통령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 경제 행보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제회의 참석차 '부재' 중인 상황에 17일 뜬금없이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을 긴급 소집해 경제를 챙기겠다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확대경제장관회의 외에 별도의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주재한 경제장관회의에서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민간 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며 "민간 투자 확대로 경제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회의 주재를 두고 대통령 스스로 경제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근본적인 경제 정책 대전환 없이 재정지출을 강조하는 건 결국 국민들의 '세금'을 퍼부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것인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늪'으로 들어가는 꼴이라 걱정스럽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무역갈등 심화와 세계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 둔화를 겪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런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활력과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유의 '자화자찬'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정부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정책만 하더라도 초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제조업 구조조정,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같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달 기준으로 두 달 연속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여성·고령층 고용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상용직 근로자 수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 질도 개선되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와 함께 실업급여 수혜자와 수혜금액이 느는 등 고용 안정 망도 튼튼해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달리 '9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 증가가 역대 최고 고용률을 견인했다는 게 '맹점'이다. 결국 노인 일자리는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강조한 '적극적 재정지출 확대'와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아울러 제조업과 40대 취업자 수 감소 폭이 다시 늘어난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틀과 방식으로는 산업·인구 구조 변화 등에 능동 대처하기 어렵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정보를 지속해서 공유하며 종합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범부처 차원의 종합적 노력이 있어야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경제·민생을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뛰고 있다. 정부·기업이 적극 협력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도 구축되고 있다. 올 초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도 "국회 협조도 절실하다. 국민 삶을 개선하고 민간 활력을 지원하는 데 국회가 입법으로 함께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지금 와서 경제를 '조금 더 면밀하고 꼼꼼하게 챙겨나가겠다'고 경제장관회의를 주최한다 해서 나아질 정도로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각종 지표는 최악이고, 한국은행은 경기 둔화가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지난 15일 IMF가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제시했다. 이는 4월 전망보다 0.6%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게다가 전날(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정해 2년 만에 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경제와 관련해 계속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남 탓' 행보를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용 상황이 양과 질 모두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OECD 최하위권으로 추락했을 당시에도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등 궤변을 늘어놔 국민을 분노케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지난 8일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실을 조금은 인식한 듯 "세계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제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내 탓'은 아니고 '외부 탓'이라는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으로선 다소 '한심한' 현실 인식이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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