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조국 사퇴와 공수처 신설 맞교환이 검찰개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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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10.16 10:37:44
  • 최종수정 2019.10.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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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퇴 앞두고 ‘조국=검찰개혁’ 작업에 총력 기울인 與圈
조국과 文대통령, 국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결과에 대한 유감' 표시일 뿐
文대통령, 조국이 진정 검찰개혁 적임자라면 사표 수리하지 말았어야
검찰개혁은 권력자에게 불편한 방향으로 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
공수처 신설은 무소불위 대통령 권력에 칼자루 더 쥐어주는 셈
조국 사퇴와 검찰개혁을 맞교환하겠다는 '정치 공학적' 사고 묵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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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이 드디어 물러났다. 여러 추론이 가능하다. 법무장관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끔 하는 결정적 증거가 정경심 교수 하드디스크에서 나왔다는 설(說), 국회 국정감사가 15일부터 시작되는 데 국정감사에서는 청문회와 달리 위증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안고 갈 수 없다는 설, 더 이상 민심 이반을 방치하면 대통령 지지도 추락은 물론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조국 장관의 사퇴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는 분초를 아껴가면서 사전에 입력된 내용 그대로 검찰개혁을 휘몰아 쳤다. ‘조국=검찰개혁’의 등치화 작업도 분초를 아꼈다. 10월 13일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고위 당정회의를 열어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재확인하고 수뇌부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공식적 환송식이기도 했다. 조국장관은 그 자리에서 “검찰개혁은 무슨 일이 있더라고 반드시 완수해야한다”라는 발언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그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14일에는 급하게 ‘법무부 차원’의 검찰개혁안을 제안했다. 그는 행동으로 사퇴를 예고했다.

O 전혀 반성과 성찰 없는 장관 퇴임사

법무부틀 통해 공지한 그의 사퇴변은 충격적이다.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썼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라니. 이게 말이 되는 가. 가족펀드를 만들어 공직자 윤리법을 위반했고, 가족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적(私的)이익을 추구했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입학과 학사진행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이 공개된 것이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인 가. 그렇다면 이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 것이다. 그리고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죄송하다’라는 사과도 문제다. ‘이유 불문’이라는 어법도 상황에 맞지 않는다. 조국과 그 가족의 비행이 ‘불가항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진술도 생경 맞다. 그의 진술은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로 이어진다. 그럼 조국 전장관이 지향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공수처 신설’이 그가 주장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과 같은 궤를 그리는가.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검찰개혁에 국가적 차원의 ‘제도익(制度益)’이 존재하는가.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그가 충분히 성찰 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정권의 나팔수’일 뿐이다. ‘제 필생의 사명’은 가당치 않은 것이다.

O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 모두 발언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 사퇴와 관련해 14일 밝힌 입장은 여러 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라는 모두 발언은 부적절하기까지 하다. ‘환상의 조합’은 무엇을 말하는가. 법무장관이 검찰 총장을 상명하복의 원칙에 의거 환상적으로 지휘하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입안의 혀’처럼 환상적으로 호흡을 맞출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 꿈같은 희망이 되었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윤석렬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일지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대통령은 검찰의 정경심 ‘수사에 관여하는 것이 아닌 가’ 싶을 정도로 조국의 편에 섰다. 그러면서 무슨 환상적인 조합을 말하는 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호위무사가 아니다.

묵과할 수 없는 부분은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사과를 한 것 같지만 의례적 사과였다. 그는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진통 자체만으로도’ 식의 어법은 ‘결과에 대한 유감 표시’일 뿐이다. ‘왜 그런 진통을 겪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생략되었으며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게 한 원인을 대통령 자신이 제공했음을 망각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조국 후보자를 법무장관에 임명하면서, “구체적으로 위법 사실이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임명을 미루는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임명한다”고 했다. 당시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기 위한 의혹은 아니었다. 그와 그의 가족이 연루된 부정과 비리 혐의는 이미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었다. 흠결이 많은 그를 기용해 국론을 양분시킨 당사자는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다. “자신을 자유주의자이면서 사회주의자라고 까지 한” 사람을 법무장관에 앉히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예찬은 공허하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역설했다. 문대통령은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오늘(10. 14)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국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말았어야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국이 10월 14일에 발표한 잡다한 실무적 검찰개혁 방안이 그렇게 기념비적 인가. 내몰리는 사람이 시간에 쫒기면서 휘몰아치는 게 개혁일 수는 없다. 개혁은 절차적 정당성과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를 건너뛰었다면 개혁이랄 수 없다.

O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진정한 검찰개혁인가

검찰개혁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다. 비판의 기조는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타도하거나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제시된 검찰개혁안은 ‘권력의 영향력’은 그대로 둔 채 검찰권만 약화시키는 것이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조정은 모두 검찰의 힘을 빼는 것이다. 힘 빠진 검찰의 정치 예속화가 가속화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닌 개악이다.

진정한 검찰개혁이 무엇인 가. 권력자가 좌지우지 못하도록 ‘권력자에게 불편한 방향으로’ 검찰을 개혁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다. 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다 제한하고 검찰을 통치수단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사람을 버릴 수 없게끔 하는 것이 개혁이다.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 신설은 무소불위의 대통령에게 칼을 하나 더 주는 것과 같다. 공수처가 독자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게 되면 대통령 이외의 누구의 견제와 통제도 받지 않는 공룡이 된다. 수사의 주된 대상이 고위직 경찰공무원, 검사, 법관이면 누구도 공수처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견제와 균형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가 한국에서 추진하는 공수처와 닮았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감찰위원회는 부패 척결을 명목으로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등 통치권자인 ‘주석’의 권력 공고화와 장기집권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자유와 인권에 기반을 둔 서구 선진국의 제도를 제쳐두고,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온 중국의 제도를 벤치마크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처단한다고 하면 대중은 환호할 수 있으나 이러한 명분에 지나치게 천착하면 다분히 선동적일 수 있다. 현재의 형사사법 제도로는 도저히 부패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공직사회가 망가지지는 않았다면 공수처 신설은 필요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수사권을 누구에게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며, 표를 의식해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다른 선진국 검찰에 비해 수사권을 직접적으로 과도하게 행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 방향은 검사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O 에필로그

조국의 사퇴와 검찰개혁을 맞교환하려 한다면 이는 ‘정치 공학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검찰 개혁이 타당하려면 공수처 신설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그 자체로서 국민적 공감을 받아야 하며 또한 가시적인 제도변화익(制度變化益)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과도 상관없고 좌우 진영논리와도 상관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비대화시키는 국가권력구조 변경일 뿐이다. 공수처는 일반인들에게 통상적으로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통제할 수 있는 최상의 제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권력형 비리들의 원류를 추적해보면 그 정점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인 제왕적 대통령이다. 사정기관들의 직권 남용에 의한 사소한 비리들은 귄력형 비리라기보다 독직(瀆職)사건에 속 한다. 따라서 대통령을 제외한 소수의 공직자 비리는 현행 법제도에 의존하더라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

큰 부작용이 예상되는 공수처장의 임명권자가 독립기관인 대법원장이 아닌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면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공수처법이 시행된다면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하나 더 쥐어주는 꼴이 되는 것이며 공포 정치에 의한 ‘대통령 1인 독재국가화’될 위험성이 내재되어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통제 받지 않는 사정기관의 옥상옥이다. 국민들은 권력자의 권력 행사에 대해 끊임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한다. 좌파 용어로 표현하면 ‘민의 통제’가 가일층 강조되어야 한다.

조국은 장관직에서 물러났으니 그와 그의 가족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조국사태로 대한민국에 ‘상식과 정상’이 무너졌다.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식과 정상’이 통하고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사고가 팽배하면 정상적인 사고가 발을 붙일 수 없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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