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방문 5일 만에 현대차 연구소 찾아 전기-수소차 정부주도 육성방안 발표
취임후 11번째, 올해만 7번째 정의선 만난 文...'3대 신산업' 중점 육성대상 수소車에 관심 각별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3조원대 투자 약속을 치하한 데 이어, 15일 올해로 7번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면서 친(親)기업 행보를 거듭 연출하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선포식'에 참석해 "2030년까지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이후 닷새 만에 다시 대기업을 찾은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미래차와 관련된 8개 부처 장관급이 총출동해 문 대통령의 행보에 무게감을 더했다. 전날(14일) 조국 법무장관 사퇴로 여권(與圈) 차원에서 '조국 사태' 수습에 나선 가운데, 경제활력 제고에 대통령이 나선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이 끝난 뒤 수출형 수소트럭 및 수소청소차를 최초 공개하는 제막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10월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이 끝난 뒤 수출형 수소트럭 및 수소청소차를 최초 공개하는 제막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현대차의 수소차인 넥쏘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날 행사엔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참석했다. 수소·전기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를 아우르는 미래차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집중 육성하겠다는 3대 신산업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기차·수소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2030년 33%, 세계 1위 수준으로 늘리고, 세계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것, "202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겠다"는 것 2가지의 목표를 제시했다. '국가 주도의 산업 육성'이라는 기존 정권의 기조에 충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친환경차 보급목표제를 시행하고, 소형차량, 버스, 택시, 트럭 등 물류수단과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내수시장을 확대하겠다"며 "수요 확대에 맞춰 2025년까지 전기차 급속충전기 1만5000기를 설치하여 주유소보다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2030년까지 총 66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어디에서나 2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의 전기차·수소차 기술력을 입증했고, 올해 수소차 판매 세계 1위를 달성했다"며 "미래차의 핵심인 배터리, 반도체, IT 기술도 세계 최고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동통신망을 결합하면 자율주행을 선도하고, 미래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은 미래차 분야에 앞으로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하여 세계를 선도할 핵심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정부도 미래차 부품·소재 기술개발과 실증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또 "수소차, 자율차의 기술개발 성과를 국제표준으로 제안해 우리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이 끝난 뒤 미래차산업 전시장을 방문, 전기차 '트위지'에 탑승해 질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이 끝난 뒤 미래차산업 전시장을 방문, 전기차 '트위지'에 탑승해 질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찾았을 때 "국민께 좋은 소식을 전해주신 이재용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거명까지 하며 '치하'한 바 있다. "우리 삼성"이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현대차 만남에서는 "현대차는 1997년부터 친환경차 연구개발에 돌입하여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며 "현대차의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 100만 대 돌파는 이곳 연구원들의 공이 크다. 대통령으로서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정 수석부회장의 만남은 이날로 취임 후 11번째, 올해 들어서만 7번째다. 문 대통령이 미래차 분야를 '3대 신산업' 중 하나로 중점 육성키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 파리 방문 당시 수소전기 택시를 시승했고, 올해 1월에는 울산에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하며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차 수소차인 '넥쏘'에 대한 애정도 표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엔 자율주행기술이 접목된 넥쏘 차량에 시승했고 올해 8월엔 대통령 전용차로 아예 넥쏘를 도입했으며 이날 행사에도 넥쏘를 타고 등장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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