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북한과 거래한 라트비아 은행 제제...“최대 압박정책 계속할 것”

미 정부가 북미 간 대화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하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최대 압박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미북 간 대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북한과 거래한 라트비아 은행에 미 금융 시스템 접근을 전격 차단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원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펜스 부통령의 최근 발언이 대북 정책의 변화를 뜻하느냐는 질문에 “북한과 앉아 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아직 그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대북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미 간 대화의 전제조건은 북한 비핵화이며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국의 대북 정책의 핵심은 ‘최대 압박’임을 강조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정부가 13일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더욱 축소했다”며 “이는 국제사회가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에 협력하고 있는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미북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관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 같은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같은 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최대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의) 이전 행정부들처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과 관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북 대화 성사 여부는 북한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라트비아 ‘ABLV’ 은행의 미 금융 시스템 접근을 전격 차단했다고 VOA가 14일 보도했다. 지난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과 지난해 단둥은행에 취해진 것과 같은 조치다.

VOA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13일 라트비아의 ABLV 은행이 유엔 안보리가 지정한 제재 대상자들과의 거래 등 불법적인 금융활동에 연루됐으며 여기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조달 또는 수출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ABLV 은행의 미국 내 계좌 개설과 유지 금지 및 미 금융 시스템의 접근을 전격 차단하는 내용을 ‘규칙제정공고(NPRM)’에 제출했다. 금융범죄단속반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애국법 311조에 근거했으며, ABLV 은행이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금융범죄단속반에 따르면 ABLV 은행의 경영진은 직원들이 위험도가 높은 유령회사와 거래한 뒤 이들 회사가 자금을 세탁할 수 있도록 용인해 왔다. 또한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에 대한 라트비아 정부의 단속행위를 방해했다.

VOA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해외 은행의 미 금융 시스템 접근을 차단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05년 금융범죄단속반은 마타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당시 북한 자금 2천 5백만 달러가 동결됐고 중국 내 은행 24개 기업이 북한과 거래를 끊으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또 지난해 6월 북한의 불법적인 금융활동에 중간자 역할을 한 중국 단둥은행을 같은 방식으로 제재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금융범죄단속반은 계속해서 돈 세탁 방지활동을 무력화하는 해외 은행에 계속해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같은 날 “누구든 북한을 도울 경우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혹은 북한과의 거래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다.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같은 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자금세탁방지와 금융범죄회의’에서 “북한의 위협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없다”며 “김정은이 미국의 도시들을 위협할 뿐 아니라 동맹국 인근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맨델커 차관은 “북한정권이 지난 수년 간 은밀히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도발이 가능했다”며 “자국민보다 권력을 우선시하는 정권과 지도자에겐 모든 경제적 권한을 이용해 계산을 바꾸도록 하고 (무기)확산을 가능케 하는 이들의 자금도 빨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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