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 이후 처음으로 경찰 허가받은 시위...주최측, 평화시위 위해 복면착용 말아달라 호소
시위대가 원하는 ‘민주주의 법안’에는 미국이 홍콩의 민주주의 보장하는 내용 담겨
행정부 대변인 “일국양제는 성공적인 시스템”...“다른 나라가 홍콩 문제에 간섭해선 안 돼”

홍콩 시민들이 지난 14일 센트럴 지구에서 평화적인 집회를 열고 있다./홍콩AP=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지난 14일 센트럴 지구에서 평화적인 집회를 열고 있다./홍콩AP=연합뉴스

홍콩 도심에 미국 성조기가 휘날렸다. 성조기를 흔드는 13만명의 시위대가 월요일 저녁 시내 공원이며 인근 도로를 가득 채운 것. 이들은 미 의회에 민주적 자유를 위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에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일찍 주최측 추산 13만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센트럴 지구 차터 가든(Chater Garden) 공원과 인근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 시위는 지난 5일 홍콩 행정부가 시위대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후 처음으로 경찰의 허가를 받았다.

인근에선 폭동을 우려한 경찰대가 감시 중이었지만 주최측은 평화 시위를 시사했다. ‘복면금지법’을 위반할 시 경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음을 시위대에게 주지시킨 것이다.

시작에 앞서 시위대는 지난 4개월간 시위 활동으로 다친 사람들과 자살한 사람들을 위한 묵념을 했다. 그리고 성조기를 흔들면서 반정부 슬로건을 외치면서 미국의 팝송과 항의 노래를 불렀다. 미국을 ‘자유의 보호자’ ‘세계 질서의 균형자’로 응원하며, 미 의회가 홍콩 행정부에 관여해 달라며 요구했다. 시위대는 미국의 국가(The Star-Spangled Banner)를 부르기도 했다.

미 의회는 지난 6월 홍콩에 대한 미국의 특별대우를 매년 재평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미국이 직접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위대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 통과될 시 홍콩 행정부에 대한 중국의 지나친 간섭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다.

주최측 대변인은 SCMP에 “우리의 시위는 미 의회가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을 통과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자유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시위와 저항은 홍콩의 일상생활이 됐다”면서 “홍콩 사람들은 행정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우리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집회는 2시간 만에 끝났지만, 시위대 일부인 수십 명의 급진적 시위자들이 주요 도로를 점령하면서 교통에 마비를 일으켰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한동안 긴장상태를 유지했다.

다소 위험한 장면도 연출됐다. 경찰이 시위대 방향으로 총을 겨냥해 해산을 요구하자, 시위대는 레이저 포인트를 경찰 간부에게 겨냥한 것. 도심 중앙 MTR 역 내부에서 경찰이 한 흑인 남자를 강제 연행하는 일도 있었다. 오후 10시쯤 MTR 기업은 센트럴 지구의 시위로 인해 홍콩공항철도(Airport Express)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한편 홍콩 행정부는 이날 시위를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대변인은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시스템은 완벽하고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있다”면서 “외국의 의회가 홍콩 내부 문제에 어떤 형태로든 참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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