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 떼는 일"
"조국-윤석열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 희망...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아"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언론 스스로 자기 개혁 위해 노력해야"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
"이제는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민생 경제로 모일수 있도록 마음들 모아주시길"
與, 오후 5시 고위전략회의 소집..."검찰개혁 반드시 완수"한다며 檢·野 압박
민평-정의, "고맙다"며 '조국 찬가' 늘어놔...野 때리며 '검찰개혁 국면전환'에 가세
정규재 대표, 文 주장 강력 비판..."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이 땅의 아버지들을 완전히 농락해 '똥 막대기'로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해 "검찰개혁에 대한 조국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최한 자리에서 "저는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오늘 조국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사실상 범죄 피의자 조 장관을 마지막까지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조국 사퇴'를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와 소위 검찰개혁을 빙자한 서초동 '조국 수호' 촛불집회에 대해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1주일 만에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야기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아래로 떨어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실정(失政)'을 실토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며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는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목표이며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며 "정부는 그 두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국민의 뜻을 받들고 부족한 점을 살펴가면서 끝까지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유의 '언론 탓'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한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그리고 이제는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선언한 10월14일 오후 청와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과 김광진 정무비서관(왼쪽) 등이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선언한 10월14일 오후 청와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가운데)과 김광진 정무비서관(왼쪽) 등이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후 5시 고위전략회의를 소집해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모여 향후 대책 논의에 나섰다. 일단 당 지도부는 표면적으로 조 장관 사퇴와 관련해 '사전에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 사퇴 사실을) 강 수석에게 들었다"며 사전에 전혀 교감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13일) 고위당정협의에서도 조 장관 사퇴 여부나 시기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당 내부에서는"조 장관의 사퇴는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 장관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당에서도 점차 위기감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고위전략회의 개최에 앞서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의지와 계획이 마무리되지 못한 채 장관직을 물러나게 돼 안타깝고 아쉽다"며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어려움 속에서,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검찰개혁 제도화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조 장관의 노력과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절실함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강변했다.

이어 "이제 혼란과 갈등을 넘어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할 때"라며 "검찰은 스스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한 분골쇄신으로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개혁방안을 철저하고 진지하게 실행해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앞으로는 민주당이 책임지고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기필코 마무리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야당에는 "광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검찰개혁의 완성, 경제와 민생에 전념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정치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다할 때"라고 전제하며 "국회선진화법 위반 수사에 당당히 임하고, 국회 계류 중인 사법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에도 성실히 나서라"고 종용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사진=연합뉴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사진=연합뉴스)

민주당과 '선거제도 변경-검찰장악 및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범여(汎與)권 야당들은 조 장관 사퇴를 수용하면서도 '국면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평화당은 이날 오후 박주현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늦었지만 사퇴 결심을 존중하고 결단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이제 진정한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민평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이 한 치의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경제개혁과 민생개혁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헬조선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만든 금수저 전형과 입시비리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며 "더 이상 분열의 정치가 계속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과 동시에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즉시 추진되어야 한다"며 "이제 개혁진영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정한 개혁, 국민을 위한 개혁에 헌신해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개혁저항정치, 반사이익정치, 꼬투리 잡는 정치를 그만두고 보수혁신과 민생정치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후 유상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조 장관의 고심을 이해하고 또 존중한다. 조국 장관은 취임 이후 35일동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개혁을 해왔고, 오늘까지도 개혁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45년 만에 특수부를 역사 속에 사라지게 하는 등 검찰개혁의 초석을 마련했다"며 "가족들에 대한 수사 등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온 것 높이 평가한다.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했으며 수고 많았다"고 '조국 찬가'를 늘어놓았다.

유상진 대변인은 "검찰 개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민의 강력한 개혁 의지를 가슴 깊이 새겨 엄격하게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이제 정치권은 조국의 시간을 멈추고 검찰개혁을 위한 국회의 시간을 열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한국당을 겨눠 "대결의 정치 멈추고 국민을 위한 개혁 입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면서 "정의당은 여야 패스트트랙 개혁 공조 통해 흔들림 없이 검찰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조 장관 사퇴 발표 직후 방송된 '펜앤뉴스특보'에서 문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한 뒤 강력 비판했다. 정규재 대표는 "(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은) 젊은이들을 분노케했고,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이 땅의 아버지들을 완전히 농락해 '똥 막대기'로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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