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페북에 불특정다수 언론 겨눠 "文 충남 행보에 달은 안 보고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
文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방문 홍보영상 올리며 "대통령 왜 충남에 가셨는지 이해하실 것"
전임 김의겸 대변인은 조선일보-TV조선 직접·공개비난 등 전례...現대변인은 불특정다수 언론에 '훈계'
고민정, 親文지지자들 '달님' 대통령 애칭 쓰는 가운데 '달은 안 보고...' 비아냥 댄 격이기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을 다녀간 뒤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3조원 통 큰 투자' 협약 체결 등을 부각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이례적으로 청와대 대변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 같다"고 빗대어 언론 보도를 깎아내리는 등, '권부(權府)의 입'이 앞장서서 공개적으로 '대통령 중심으로 보도하라'는 지침마저 내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얼마 전 다녀온 충남의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 공장, 몇몇 언론들이 이재용 부회장만 부각시켜 대통령께서 왜 그곳에 갔는지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10월13일 페이스북 글 캡처

고민정 대변인은 "대통령이 직접 충남까지 행보를 한 이유"를 설명하겠다며 "대기업인 삼성과 소재, 부품, 장비 중소기업 간 '공동개발, 우선구매'를 강화하겠다는 협약 체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해내겠다는 목표가 가시적으로 이뤄진 의미 있는 순간"이라며 "그래서 렌즈를 만드는 그린광학이란 업체의 상생협력 성공사례 발표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고 대변인은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본문 막바지에 "3분만 이 영상을 보시면 (문 대통령이) '왜 충남에 가셨는지' 이해하실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글에 첨부한 영상은 정부 측에서 자막을 입혀 제작한 문 대통령의 디스플레이 공장 방문 홍보영상이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0월13일 페이스북 글에 첨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공장 방문 홍보영상 캡처.

한편 문재인 정권 들어 청와대 대변인이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사를 비공개적으로, 또 공개 성명을 내 비난한 사례도 논란을 일으켰지만, '청와대가 원하던 방향이 아닌' 보도를 낸 불특정 다수의 언론사를 겨눠 '달이 아닌 손가락만 본다'는 취지로 깎아내린 것은 한층 이례적이다. 

앞서 전임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해 4월9일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자신이 김기식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피감기관 예산으로 황제 외유' 등 의혹을 방어하려고 오히려 '피감기관 탓'을 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보도한 조선일보 소속 기자에게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기사 쓸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비아냥댄 바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018년 8월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직전 위수령·계엄령 절차 검토 문건 관련 세부자료의 일부만 공개한 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전 대변인은 또 같은해 5월29일 이례적으로 대변인 성명을 내, 조선일보 5월28일자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 TV조선의 5월24일자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 5월19일자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 보도를 거론하며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고 공개비난한 바 있다. 문재인 정권의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전 대변인의 경우 언론과 드러내놓고 마찰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도 고 대변인이 이번 페이스북 글에서 거론한 '달(月)'은 친문(親문재인) 지지자들이 문(Moon) 대통령에게 붙이는 애칭 중 하나인 '달님'을 연상시키기도 해, '문 대통령을 주목한 보도를 내라'는 의중까지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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