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보수 탈피하고 싶지 않냐" 용어 뒤섞은 질의...권영진 시장 "대구시민 그 이미지에 억울하다"
"보수나 새마을 말고 진보 개혁 혁신으로 대구 상징하길" 공세도...윤재옥 조원진 등 거세게 반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10일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구시청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초선)이 수차례 대구를 "수구(守舊) 도시"라고 깎아내려 파문이 일었다. 전남 장성에 본적을 둔 김영호 의원은 고(故) 김상현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들이다.

김영호 의원은 줄곧 '보수(保守)와 수구를 동의어로 취급'하는 화법으로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대구는 수구도시'라는 취지의 질의를 반복했다. 김 의원이 "대구가 보수적이라고 하는데요"라고 묻자 권영진 시장은 "좋은 것을 지켜나간단 점에서 보수적"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보수적 수구도시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면서도 "일제강점기만 해도 (대구가)모스크바로 불릴 정도의 도시였다. 수구도시라는 현재 이미지와 다른 역사가 있는데 수구보수 이미지 탈피하고 싶어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권 시장은 "대구시민들은 수구보수라는 이미지에 억울해 한다"고 재차 반박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새마을장학금 규모와 관련해 "박정희 대통령과 그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언급한 뒤 "지난 5년간 대구시의 새마을장학금 지원액이 15억6000만원에 달하지만 같은 기간 저소득층 자녀에게 지원한 장학금은 9억원이 안 된다"며 "대구시민들은 이해할지언정 국민들은 이해 못하고 이런 것 때문에 대구를 수구도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사진=연합뉴스)

권 시장은 "새마을이나 박정희 대통령 부분과 관련해 그것이 대구의 수구성이나 그런 나쁜 것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구가 오히려 (도시 색채가)균형이 잡혀있다고 본다"고 맞섰다.

김 의원은 권 시장을 '칭찬'한다며 야권을 비꼬는 발언도 했다. "광주시와의 달빛(대구 달구벌·광주 빛고을)동맹,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이른바 '5·18 망언'에 대한 사과 등 '대구는 수구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시킨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보수나 새마을 같은 단어 말고 진보·개혁·혁신 같은 단어가 대구를 상징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윤재옥 한국당 의원(대구 달서구을·재선)이 "대구 정서에 대해 (김 의원이)얘기했는데, 대구시민들의 자존심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며 "대구시민의 생각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 하지 마라. 정치적 얘기는 자제 바란다"고 따졌다.

김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대구시 자존심 건드렸다고 말씀하셨는데 속기록 다시 봐라"라며 "역대 시장 등이 보수적 정서 이용해 정치를 해왔다는 점 등을 지적한 것으로 대구시민 자존심 건드린 부분 하나도 없었다"고 강변했다.

10월10일 대구광역시청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구시청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간 설전이 벌어졌다.(사진=연합뉴스)

그러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대구 달서구병·3선)이 "대구에 왔으면 대구시민에 대한 예의를 좀 갖춰라. 대구시민을 수구꼴통으로 얘기했다"며 "대구시청에 대한 국정감사이지 시민에 대한 감사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어디 나라를 다 망쳐놓은 것들이 대구에 와서 이딴 소리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홍익표 민주당 의원(서울 성동구갑·재선) 의원이 김 의원 측에 가세해 "대구시민을 정치적으로 이용 하려는 건 당신 같은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수구꼴통이라 한 적이 없다. 속기록을 보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원진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나. 광주에 가서 시민 자존심 건드리면 어떨 것 같나"라고 받아쳤다. 박완수 한국당 의원(경남 창원시의창구·초선) 의원도 "(대구시민)자존심 건드린 거 맞다"고 거들었다.

이같은 여야간 언쟁은 행안위원장인 전혜숙 민주당 의원(서울 광진구갑·재선)은 "조원진·윤재옥 의원이 대구 출신이니 너그럽게 받아주기 바란다"며 "김영호 의원도 대구시민에 대해 비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상대의원 존중하는 태도로 마지막 국감 잘 마무리하자"고 나서며 일단 수습됐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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