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7일 시리아 미군 철수 발표하자 터키 이틀 만에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
최소 15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터키 접경지대 있는 쿠르드족 50만명 군사공격 위협에 노출
트럼프, IS격퇴 일조한 쿠르드족 배신...전세계적으로 비판 확산돼
북한 문제 방기하는 한국도 안심할 수 없어...북한 무력도발에 미국은 계속 침묵 중

9일 터키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시리아 북부 락까주 교외 탈아브야드 일대./연합뉴스
9일 터키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시리아 북부 락까주 교외 탈아브야드 일대./연합뉴스

터키군이 시리아 북동부지역의 쿠르드족을 향해 공습과 폭격을 감행한 데 이어 지상군 병력을 9일 투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한 뒤 이틀만이다. 터키군의 공격으로 시리아 쿠르드족 측은 최소 15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쿠르드족 민병대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은 지난 5년간 미국을 도와 시리아에 산재한 테러조직 IS 격퇴에 나섰다. 1만1000여명(추정)이 전사하는 등의 희생을 감수했다. 터키, 시리아, 이란 등 지역에 4000만명이 흩어져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렸지만, 미국과 협력을 통해 독립 국가를 건설한다는 장기 목표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한 뒤 8일 트위터를 통해 “그동안 돈을 너무 많이 썼다”며 돌연 시리아 주둔 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발표했다. 그러자 즉각 터키군은 시리아국가군(SNA·친터키 시리아 반군)과 연합해 시리아 북동부 접경도시인 코바니·탈 아브야드·라스 알아인·카미실리 등을 공습·폭격하고 지상공격도 개시했다. 이른바 평화의 샘(Peace Spring) 작전으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 다에시(IS·이슬람국가)를 소탕해 해당 지역을 ‘안전지대’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전개됐다.

쿠르드 민병대는 이 같은 터키군의 네 갈래 공격 중 탈 아브야드로의 공격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스타파 발리 민병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민주군 전사들이 터키군의 지상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묵인하에 벌어진 터키군 공격에 최소 민간인 8명을 포함해 15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터키 접경 5Km 이내에 거주하는 쿠르드족 민간인 50만명은 터키군에 의한 잠재적인 위협에 노출되게 됐다. 무엇보다 시리아민주군은 약 6만명 정도로, 65만명을 갖춘 터키군의 군사 규모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군 결정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IS 격퇴에 일조한 동맹세력을 배신했다는 도의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외교적 고립주의에 미국이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명분을 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전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 보좌관은 “쿠르드족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우리와 싸웠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굶주린 늑대 같은 터키에 넘겼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이번 시리아 미군 철군은 모든 동맹국에 대한 위험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한국은 시리아와 달리 미국과 공식 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 문제를 방기하는 트럼프 대통령 행보를 보면, 북한이 대북제재를 버티고 계속 무력도발을 감행할 시 주한미군 철수도 가능하다는 근거를 북한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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