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9일과 10일 광화문 집회 관련 입장無...靑관계자 "국회는 국회 할 일을, 靑은 靑 할 일 하면 돼"
집권 여당 민주당 역시 지난 개천절 집회 당시 "내란선동" 등 억지 주장 폈던 것과 달리 한글날 집회엔 입 닫아

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너무도 노골적인 '이중성'이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른바 '대깨문'들의 '검찰 개혁'을 빙자한 조국 수호 집회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호도하고, 역대 최대 인파가 운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개천절·한글날 '문재인 탄핵, 조국 사퇴' 촉구 집회엔 침묵을 지켰다.

문 대통령은 한글날인 9일 별다른 일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개천절 집회 때처럼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신 청와대 한 관계자는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에 대한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을, 청와대는 청와대의 할 일을 하면 된다"고도 했다. 사실상 앞으로도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아집'에 가득 찬 메시지를 청와대 관계자가 대신 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에도 10.9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눈과 귀가 있으면 광화문 일대에 울려 퍼진 자신과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한 민심(民心)의 분노에 찬 절규가 들렸을 텐데,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에서 '진정 저런 무책임한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하는 좌절감이 든다고 분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대의 정치가 충분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 때 국민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본인이 사실상 범죄 피의자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 강행함으로써 초래된 국론 분열 사태를 두고 '직접 민주주의'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이는 국민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못지 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집회의 공통점을 '검찰 개혁'으로 퉁치는 듯한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공수처법', '수사권조정 법안' 등을 이야기하며 국회에 책임을 전가했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역시 한글날 광화문 집회에 입을 닫았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광화문 집회 얘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욕설과 막말 정치를 멈추고 민생정치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욕설을 한 여상규 법사위원장과 이종구 산자위원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사법개혁 법안 처리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며 "시한이 정해졌지만 여전히 패스트트랙에 대한 처리보다는 합의 처리가 우선"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개천절 광화문 집회 당시엔 이해식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광화문 집회에서의 폭력과 난동을 사죄하고, 내란선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범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 집회'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광화문 집회에 '일반 시민' 자격으로 참석해 국민 속에 어우러져 '문재인 탄핵, 조국 사퇴'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광화문광장 북측에서부터 서울시청까지 인파로 가득 찬 것이 복수의 언론 보도 사진으로 확인됐다. 일부 집회 참석 시민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개천절 집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인 느낌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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